2020학년도 1학기 개강 첫날인 3월 16일, 서울 연세대 교정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하다.

고려대 문과대학에 재학 중인 이모(20)씨는 지난주 받아 든 2020년 1학기 성적표를 보고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직전 학기 평균 학점보다 0.1점 올랐지만, 수업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씨는 “일부 과목은 매주 두 번 책 30쪽 분량을 읽고 독후감을 꼬박꼬박 내다보니까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서 학교에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시작한 2020년, 대학은 '온라인 수업' 전쟁을 치렀다. 1학기를 마친 지금, 학생과 교수들 반응은 어떨까.

"매주 과제에, 집에서 발표 녹화도"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과제가 크게 늘었다고 했다. 연세대 김모 대학원생은 "교수님이 1시간 넘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A4 한 장으로 요약해 매주 일요일 저녁 23시 59분까지 제출하라고 했는데 그게 보통 부담 되는 게 아니었다"며 "평가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더 힘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대면 수업 때 하던 발표 역시 집에서 스스로 영상을 찍어 파일로 올려야 했다"며 "서툴다 보니 녹화에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매주 진행되는 온라인 강의를 한 학기 내내 미뤄놨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마지막에 한꺼번에 소화하려다 보니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고백한 학생이 있었다. 차라리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F학점을 달라더라"고 했다.

교수들도 대체로 강의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특히 강의에 대한 학생들 반응을 알지 못해 힘들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배선영 교수는 "어려운 부분을 가르칠 때는 학생들 표정을 살펴야 제대로 전달이 되는데, 학생 반응을 모르는 상황에서 카메라 앞에서 강의만 하다 보니 힘들었다"며 "기말고사에서 채점을 해보니 학생들 상당수가 해당 부분 문제를 틀렸다"고 말했다. 정치학을 가르치는 한 사립대 교수는 "80명이나 되는 학생이 각자 궁금한 것을 이메일로 중구난방 문의하다 보니 일일이 답을 잘 해주기도 어려웠다. 수업 질(質)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 "학점은 대체로 잘 나와"

최대 관심사인 성적에 대해 나쁘지 않았다고 말한 학생이 많았다. 고려대의 한 4학년 학생은 "보통 이 정도 공부하면 어느 정도 성적이 나올 거라는 감이 있는데 좀 더 좋은 점수를 받은 거 같고, 친구들도 비슷한 반응"이라고 했다. 연세대의 한 학생은 "매주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힘들더라도 꼬박꼬박 내다 보니까 그 점수들이 쌓여서 성적이 잘 나온 거 같다"고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많은 학교가 학점 평가 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꾼 점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보고서와 시험 답안 수준은 예년과 거의 차이가 없었는데, 비율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대로 성적을 줄 수 있게 되면서 전반적으로 좀 올려줬다"고 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학점까지 엄격하면 학생들의 불만이 폭증할 것을 대학 측은 우려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가능하면 학점을 후하게 주라는 지침을 교수들에게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항의는 줄었을까. 경제학을 가르치는 한 사립대 교수는 “오히려 절대평가라서 성적을 더 후하게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서인지 A학점에도 만족 못 하고 A+를 달라는 학생이 많아졌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