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학자 다수가 정치권에서 논쟁 중인 기본소득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경제학회는 9일 기본소득 쟁점에 대한 경제학자 34명의 경제토론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학자들이 설문에 응하고 원하는 경우 추가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기본소득으로는 급여 수준이 너무 낮아 사각지대 해소에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는 72%가 동의했다. '강한 동의' 42%, '약한 동의' 30%였고, 중립이 9%여서 반대는 18%에 그쳤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보편적인 형태, 의미 있는 규모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해 증세가 불가피하고, 실제로 소득이 낮은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가 어렵다"며 "실업급여와 근로소득장려세제 강화 등 선별적인 형태가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 등 미래 기술 변화로 일자리로부터의 소득 기회 감소에 대비해 기본소득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반대 의견이 56%, 동의는 31%였다. 최인 서강대 교수는 "급격한 기술 발전은 지난 100년간 여러 번 경험했다"며 "기술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소득을 증대시켰으므로 기본소득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철 코넬대 교수는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입장이나, 그 정당성을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급격한 일자리 감소 예측에서 확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선별 복지에 따른 사각지대 형성과 복지 재원의 총량 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동의 21%, 반대 70%)와 '공공 영역을 축소하면서 일정 수준의 소득을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기본소득의 도입은 긍정적이다'(동의 27%, 반대 50%)는 문항에서도 반대 의견이 우세했다.

다만 기본소득 도입은 광범위한 세제 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하므로 현재의 재정을 기반으로 추계한 기본소득 수준을 놓고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현철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과 소득세의 추가 개편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며 "기본소득 지불 금액의 수준은 소득세 개편 방향과 유사 목적의 프로그램 변화 여부에 따라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