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아프냐고 물어본 건 네가 처음이야."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재벌 3세가 나오는 한국 드라마의 대사가 아니다. 9일 개봉하는 중국 영화 '소년 시절의 너' 속 남자 주인공의 대사다. 공부 잘하는 모범생 소녀와 비뚤어진 양아치 소년의 로맨스에 학교폭력 문제를 녹여 중국에서 2600억원 넘는 흥행 수익을 거뒀다. 청춘 드라마의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지만, 배우들의 매력과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미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고등학생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로 인기를 끈 중국 드라마 '치아문단순적소미호'. 한국판으로 리메이크가 확정됐다.

중화권 로맨스물이 '클리셰 맛집'이라 불리며 팬층을 넓히고 있다. 중국 영화나 드라마 하면 변발과 포청천을 먼저 떠올리지만, 요즘은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청춘 드라마부터 신선들이 연애하는 로맨스 판타지까지 화제가 되고 있다. 애틋한 순애보나 풋풋한 설렘으로 1990~2000년대 감성을 자극하면서, 한국 드라마였다면 지탄받을 상투적인 대사나 장면도 상대적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여진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중드'(중국 드라마) 검색량은 지난해 6월 대비 35.7% 늘었고, 3년 전 같은 기간 대비해선 153%나 증가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코로나 때문에 '집콕'하면서 중드에 빠졌다" "중드에 빠지면 답이 없다" 같은 입문 후기들이 올라온다. 인기에 힘입어 중국 드라마 '치아문단순적소미호(아름다웠던 우리에게)'와 중국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한국판 드라마로 리메이크까지 확정됐다.

대규모 자본 투입으로 중국 콘텐츠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드라마 '치아문단순적소미호'는 중국 IT기업 텐센트의 자체 제작 드라마고, 영화 '소년 시절의 너'도 제작비 180억원을 투입해 웅장한 스케일을 보여준다. 화려한 영상과 스타 배우 캐스팅 등으로 빈약한 줄거리를 메우는 셈이다.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는 "배우 얼굴이 개연성" "전개 때문에 화나다가도 얼굴 보면 이해된다"는 평이 많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왓챠 등의 OTT를 통해 중화권 콘텐츠에 접근하기도 쉬워졌다. 웨이브는 넷플릭스가 다루지 않는 중국 드라마·영화를 대량으로 보유해 마니아들을 공략하고 있고, 왓챠플레이도 중국 드라마 카테고리까지 따로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김용배 웨이브 커뮤니케이션전략부장은 "과거 드라마나 시트콤을 찾아보는 것처럼 뉴트로(new+retro·새로운 복고) 열풍과도 맞닿아 있는 듯하다"면서 "국내 팬들이 보기엔 조금 올드해 보여도 배우의 외모나 의상, 영상미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색다른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