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환 기자

한국의 통신 기업과 금융 회사 간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회사의 주인이 아니지만, 그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숨은 대주주'가 있다는 겁니다. 바로 정부입니다.

통신과 금융 산업 모두 전형적 '규제 산업'입니다.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위원회'라는 별도의 규제·정책 기구가 있고, 여기서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산업 전체는 물론 개별 기업에 큰 영향이 있습니다.

통신업계가 요즘 정부의 '입'만 바라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방통위는 8일 통신 3사에 사상 최대인 과징금 512억원을 부과했고, 10일에는 이 과징금 부과의 근거가 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선안도 내놓을 예정입니다.

방통위의 결정 내용에 따라 통신 회사들은 연간 몇 조 원의 마케팅 비용을 아끼거나 더 써야 합니다. 기업의 흑·적자가 갈리는 문제입니다. 올해처럼 주파수 재할당과 5G(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에 역시 수조 원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선 더 그렇습니다. 전국 2만6000여 휴대전화 유통업체도 애가 탑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침체한 휴대전화 시장이 방통위의 '판단'에 따라 살아날 수도, 더 침체할 수도 있습니다.

금융 산업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금융을 논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이 '관치(官治)'입니다. 정부가 금융 산업에 다양한 '지도'와 '개입'을 하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툭하면 금융 사고가 터지고, 금융 회사들이 여전히 담보·보증 대출에 의존해 먹고사는 걸 보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 듯합니다.

심판이 휘슬을 너무 자주 불면 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됩니다. 부모의 잔소리가 많으면 자녀는 점점 거기에 길들고 의존하게 된다고도 하죠. 한국 금융의 현실이 통신 산업에서 재연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아마도 국민의 바람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