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시와 관련해 “김영대 서울고검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보고받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 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윤 총장의 일주일 만의 입장 표명은 “내일 오전 10시까지 입장을 밝히라”는 이날 오전 추 장관의 메시지 이후에 나왔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6시 12분 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추미애, 윤석열 중재안 수용할까
윤 총장의 이날 '건의'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서로 한발씩 물러난 '중재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수사 지휘의 수용 여부와 관련 윤 총장에게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내일(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면서 "공(公)과 사(私),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고 사실상 '최후 통첩'을 보냈다.

추 장관의 통보 이후 대검 간부들과 회의를 이어간 윤 총장이 꺼낸 카드는 ‘독립수사본부’였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손을 떼라’는 지휘를 하면서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계속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검찰 내부에서는 “현재 수사팀이 권언 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진행하지 않아 편파적이다, 수사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이런 이유로 ‘제3의 특임검사’를 임명해 수사를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검도 ‘특임검사’ 방안을 논의했으나 추 장관은 지난 3일 “특임검사는 없다”며 일축했다.

반대로 추 장관과 여권,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윤 총장이 이 사건에 연루된 측근(한동훈 검사장) 감싸기 의혹이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해왔다. 이날 윤 총장의 ‘독립수사본부’ 제안은 양쪽의 이런 고민을 절충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왔다.

◇여권에서 '사태 해결 임박' 신호, 절충안 제안도 먼저
현재 수사팀이 독립수사본부에 참여하고 윤 총장은 결과만 보고 받는 방식은 '현 수사팀이 계속 수사하고, 총장은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추 장관의 지휘권이 크게 반영된 것이다. 또 독립수사본부를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맡는 것은 수사 지휘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아닌 제3의 특임검사에 맡기고자 한 윤 총장의 의중도 반영된 것이다. 현재 수사팀을 지휘하는 이 지검장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개인적인 사감(私感)이 반영된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여러 번 제기된 바 있다.

참여연대 출신 양홍석 변호사도 이날 윤 총장의 입장 발표 후 출연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 총장이 직접 지휘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형태의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자는 것이고, 수사본부에 기존 수사팀도 포함해서 구성하자는 것이니까 장관 지휘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총장의 면도 세우는 나쁘지 않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추 장관의 ‘기한 통보’와 윤 총장의 빠른 입장 표명을 두고 법무부와 대검 사이 격화된 갈등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여권(與圈)의 판단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법무부와 대검 갈등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전당대회가 8월 29일인데, 그때까지 지금 상태가 계속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했다. 이 의원을 발언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태 해결이 임박했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법무부의 생각 80% 정도를 윤 총장이 받아들이는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현재까지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해 왔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수사 경과와 결과를 특임 검사에 상당 부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는 윤 총장이 이날 발표한 독립수사본부의 구성 및 운영과 매우 비슷한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