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방언에 '메메'라는 말이 있다. 명사로 '구석구석'의 뜻이고, 부사로 '제대로' '똑바로' '확실히'란 뜻이다.

나는 경북 김천에서 자랐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밥상머리 교육을 하셨는데, 늘 밥을 먹을 때 "밥그릇에 밥 한 네끼(알)도 남기지 말고 메메 긁어 먹어라. 밥 한 알 한 알은 농부가 여름날 뙤약볕에서 피땀 흘려 농사지은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밥그릇에 밥 한 알 남기는 법이 없이 깨끗이 비운다.

봄이 되면 어머니는 동네 아줌마들하고 쑥을 뜯으러 가는 것이 일상사였다. 춘궁기였기 때문에 쑥버무리를 찌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설탕이 없었기 때문에 사카린을 넣어 버무렸는데 쑥버무리가 달고 맛이 있어 인기가 많았다. 어머니가 쑥을 뜯어 오시면 나는 뜯어 온 쑥을 마루에 펴 놓고 잔 부스러기나 찌꺼기를 고르는 작업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메메 고르라"고 신신당부하셨다. 잘못하면 쑥 찌꺼기까지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메메'를 들으며 살다가 어느 날부턴가 내가 남에게 '메메'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40여 년간 교사 생활을 했는데, 수업을 하기 전에 당번 학생에게 칠판지우개를 털어오라고 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때 어김없이 "메메 털어 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메메'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것 같았으나 문맥상 대강의 뜻을 이해하고 잘 따라주었다. 쪽지 시험을 볼 때도 '메메'는 유효하게 쓰였다. 대강 다섯 문제 정도의 쪽지 시험을 본 뒤, 그 자리에서 돌려가며 학생들이 채점을 한다. 그때 입버릇처럼 "메메 채점하라"고 당부하는 것이다.

나에게 '메메'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배운 정감 어린 말이다. 그런데 퇴직하고 비교적 한가롭게 지내는 요즘, 문득 이 말이 생각나서 그립다. 방언도 살려 써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