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이 오면 제가 꼭 알려주는 제주 사투리가 있습니다. '벳은 과랑과랑 모살은 삔찍삔찍.' 무슨 뜻인지 다 아시지요?"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지난달 12일 제주도 서귀포시 이중섭로 서귀포문화원. 서귀포 안덕면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강명언(62)씨 질문에 모두 합창으로 답했다. 강씨는 "오래전 제주 사투리 경연대회에서 '맨도롱 또똣헌 때 호로록 드리십서'(따뜻할 때 빨리 드세요)라는 말이 1등을 해서 한동안 유행했는데, 이 동요 가사 역시 참 예쁜 말이라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글학회와 조선일보가 함께 만드는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편찬을 위해 제주도를 대표한 7명이 모인 자리다. 제주시 노형동에서 온 현임종(86), 애월 출신 변명수(60), 서귀포 남원 김영찬(71), 중문 출신 김동필(73)·김미성(53), 안덕 강완수(69). 경남, 강원에 이은 세 번째 '말모이 지역 대표 모임'이다.

어멍(어머니), 강생이(강아지), 방뒤(장난), 고찌고찌(같이같이), 빙새기(방긋이), 돗고리(돼지 여물통), 송키와촐래(나물 반찬).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에서 말모이 고수들이 좋아하는 제주말을 적어 들었다.

현임종씨는 "지난 2011년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아주 심각하게 소멸 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록했다는 뉴스를 보고 안타까웠는데 마침 조선일보가 말모이 운동을 펼쳐줘 고맙고 반갑다"며 "생각날 때마다 말모이 홈페이지에 제주 말을 올리다 보니 벌써 1000개가 넘었더라"고 했다. '말모이 100년' 실무를 맡고 있는 김형주(상명대 교수) 사무국장이 "전국에서 말모이 단어를 가장 많이 올려주신 분"이라고 소개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현씨는 "'가서 보고 와서(확인해서) 말씀드리겠다'는 말을 제주에선 '강방왕 고르쿠다'라고 한다. 참 경제적이지 않으냐"고 했다.

변명수씨는 강원도 춘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 애월서 나고 자랐지만 제주대 졸업 후 춘천에서 38년째 과학 교사를 하고 있다. 그는 "저도 요즘 말모이에 푹 빠져서 밤새는 줄도 모르고 단어들을 올린다"며 "내게 제주 말은 가장 사랑하는 엄마의 언어다. 단어를 적다 보면 어릴 적 엄마와의 대화, 놀이, 먹거리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고 했다.

이날 모임에선 다양한 제주 낱말과 뜻풀이가 오갔다. "제주에선 옥돔을 옥돔이라 부르지 않고 생선이라고 불러요. 갈치는 갈치, 다금바리는 다금바리… 다 고유 이름을 부르는데, 옥돔은 그냥 생선이에요. 생선 중의 생선으로 치니까요. 행동이 굼뜨고 약간 모자라는 듯한 사람을 제주 말로 '뚜럼'이라고 합니다. '아이고, 자이 뚜럼 담다게'(아이고, 저 아이 바보같다) 하지요."

'가지벌초'라는 말도 있다. 제주에선 음력 8월 초하루를 전후해 일가친척이 모여 벌초를 하는데, 기제사를 마친 윗대 조상의 묘를 대상으로 할 때는 '모둠벌초'라 하고, 가족이나 8촌 이내의 가까운 친척끼리 기제사를 모시는 직계 조상의 묘를 대상으로 할 때는 '가지벌초'라고 한다. 말모이 홈페이지에는 '웃대 산덜은 모둠벌초로 허곡 가까운 거시긴 이녁 가지만 헹 가지벌초 허곡'이라는 예문이 올라왔다. '윗대 산소들은 모둠벌초로 하고, 가까운 거시기는 자기 가지만 해서 가지벌초 하고'라는 뜻이다.

친족 관계를 나타내는 제주어 접미사는 매우 독특하다. 첫째 아들은 '큰아돌', 둘째는 '셋아돌', 셋째는 '말잣아돌', 넷째는 '족은말잣아돌'이라고 한다. '말잣'은 '순서가 세 번째 되는 차례'를 뜻하는 단어. '가가 셋아시 말잣아돌이라예' 하면 '그 아이가 둘째 동생의 셋째 아들이에요'라는 의미다.

이날 김형주 국장은 대표들에게 위촉장을 주며 "제주 말은 다른 지역보다도 더 낯설고 어려워서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다"며 "독자들이 올린 단어의 뜻과 예문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작업에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