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소속으로 당선된 국회의원 180명 중 42명이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것으로 7일 나타났다. 여당 의원 4명 중 1명가량이 다주택자인 셈이다. 이 중 투기과열 지구나 투기·조정대상지역에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인사도 21명에 달한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부동산 폭등의 원인을 다주택자들의 투기라고 해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정작 여당 의원들이 다주택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주택자에겐 "부동산 투기를 근절해야 한다"며 집을 팔라고 하더니 정작 여당 의원들은 다주택을 보유해온 것이다.

노영민(오른쪽)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노 실장은 최근 반포 아파트 대신 지역구인 청주 아파트를 내놓은 문제로, 김 장관은 부동산 주무 장관으로서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여당 내 다주택자 의원 현황을 공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가장 큰 차익을 본 사람은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이다. 박 의장은 총선 당시를 기준으로 서울 서초구, 자신의 지역구인 대전 서구에 각각 아파트 1채씩을 보유했다. 두 아파트의 총 시세는 최근 4년간 23억8350만원 늘었다. 박 의장 측은 "대전 집은 지난 5월 처분했고, 서초구 아파트는 재건축 관리처분에 들어가 앞으로 3년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국회의장마저 강남의 '똘똘한 한 채'를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규제 지역에 집 3채를 소유한 사람도 5명이나 됐다. 김주영·김홍걸·양정숙·이상민·조정훈 의원 등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의원은 서울 강남·서초에 아파트 2채와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갖고 있다. 신고한 집값만 총 76억4700만원이었다. 임종성 의원은 서울 강남과 송파, 경기 광주·하남에 각각 1채씩 주택 총 4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엔 집을 여러 채 뒀지만 정작 지역구엔 집이 없는 의원도 있었다. 김회재(전남 여수을) 의원은 서울 송파와 용산에, 윤준병(전북 정읍고창) 의원은 서울 마포와 은평에 집을 갖고 있었다.

민주당 내부에선 "총선 출마자들에게 '부동산 매각 서약서'까지 받았는데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일부 당원들은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다"며 탈당 인증샷을 올리거나 지지 철회 선언을 하는 등 여권이 다주택 문제로 자중지란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