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면서 버려 둔 가구가 쓰러져 사람이 다친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이사 일러스트.

서울북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 마성영)는 지난달 26일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49)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인 벌금 70만원형을 유지했다고 7일 밝혔다. 이삿짐 센터 직원인 A씨는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이사를 하다가 고객의 요청으로 야외에 세워 둔 책장이 바람으로 쓰러지며 지나가던 B(70)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활용 업체가 곧 수거해 가기로 했다’며 밖에 내놔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사람이 다니는 길 주변인 아파트 건물 사이 주차장에 책장을 내놨고, 쓰러진 책장에 맞은 B씨는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었다. 1심은 “A씨는 그 장소에 책장 등을 설치한 사람이고, 애초에 그 책장이 이사용역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고객 요청으로 적치하는 작업을 수행한 이상 주의의무가 있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북부지법.

그러나 A씨는 “당시 고객에게 재활용업체에서 곧 수거해갈 것이라는 말을 듣고 적치했고 사고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1심에 불복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책장을 세워 뒀으므로 주의의무는 자신이 아니라 고객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작업을 수행한 이상 수행자에게 주의의무가 있다”며 “또 재활용업체가 바로 올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예견 가능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사정을 종합하면 A씨에게 과실치상죄가 인정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