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철인3종협회(회장 박석원)가 6일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팀의 전 주장이자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인 장윤정 선수, 김모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협회는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김 감독과 장 선수에게 영구제명, 김 선수에게는 자격정지 10년을 내렸다. 이들은 팀 닥터 행세를 했던 안모씨와 함께 수년 동안 고 최숙현(22) 선수에게 폭언·폭행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의 팀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생을 마감했다.

국회 출석한 감독 - 김규봉 경주시청 철인 3종 감독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고 최숙현 선수에 대한 폭행과 폭언 혐의를 부인했다.

공정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날 6명(교수 3명·법조인 3명)이 참석했다. 안영주 위원장(변호사)은 징계 내용을 발표하면서 "확보한 자료와 혐의자 진술이 상반되지만, 최 선수뿐 아니라 다른 여러 진술과 증거를 종합적으로 볼 때 김 감독은 직무 태만과 방치, 장 선수는 지속적 폭행 및 폭언 행사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팀 닥터 안씨는 체육회 소속이 아니므로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김 감독 등 가해자로 지목된 3명은 이날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현안 질의 증인으로 출석해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최숙현 선수 외에도 폭행을 당했다는 전 경주시청 소속 선수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다. 최 선수와 경주시청에서 뛰었던 두 명의 피해 선수들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며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 있었다"며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고 했다.

또다른 비극 막아달라, 故최숙현 선수 동료의 눈물 -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와 함께 폭행·폭언 피해를 본 동료 선수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을 나오며 울먹이는 모습. 이 선수는 이날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과 선배 선수에게 당한 추가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하지만 김 감독 등은 문체위에 출석해 폭행·폭언 혐의를 부인하며 사과하지도 않았다.

한 선수는 "부모님과의 회식 때 김 감독이 아버지께 '다리 밑에 가서 싸우자'고 하고, 어머니께 '뒤집어엎는다'고 협박했다"며 "(김 감독이) 국제 대회에 나갈 때마다 80만~100만원가량 사비를 장 선수 명의 통장으로 입금하라고 요구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최 선수와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는 처벌 1순위로 장 선수를 지목하고 있다"며 "장 선수와 같은 숙소를 써서 24시간 그의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고 했다. 한 선수는 "장 선수는 숙현이 언니와 그의 아버지가 정신병자라고 말하며 가깝게 지내지 못하게 막았다"고 했다. 그는 "장 선수가 몰래 방에 들어와 휴대전화에 (다른 선수) 지문을 인식시켜 잠금을 풀고 카카오톡을 읽으면서 사생활까지 간섭했다"고 말했다. 또 "장 선수는 훈련 중 실수하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저를 멱살 잡고 옥상으로 끌고 가 '뒤질 거면 혼자 죽어라'며 뛰어내리라고 협박했다"고 했다. 의사·물리치료사 면허 없이 팀 닥터 노릇을 했던 안씨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말도 나왔다. 선수들은 "팀 닥터가 자신을 대학교수라고 하고 '수술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으며,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져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 6명은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을 통해 피해 내용을 밝혔다. 이들은 김 감독에 대해 "새벽 훈련장에서 발로 손을 차 손가락이 부러졌다" "담배를 입에 물리고 뺨을 때려 고막이 터졌다"고 했다. 한 선수는 "맹장이 터져 수술받아 퇴원하고 실밥도 풀지 않았는데, 김 감독이 '반창고 붙이고 수영하라. 그것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했다.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폭언한 혐의를 받는 선배 선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한 모습. 이들은 혐의를 부인했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최 선수가 호소했던 '미성년자 음주 강요'에 대한 증언도 있었다. 한 선수는 "김 감독이 2015년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회식 때 최숙현 등 고교 선수들에게도 술을 먹이며 '토하고 와서 마셔라, 운동하려면 이런 것도 버텨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팀을 떠나려 하면 방해와 은폐 시도가 이어졌다. 한 선수는 "팀을 옮긴 뒤 장 선수가 경기 중 때리며 보복했다"고 했다. 또 김 감독이 팀을 떠난 선수에게 "혹시 어딘가에서 전화 오면 '그냥 몸이 좋지 않아 팀을 떠났다'고 하라"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폭행 혐의를 받는 당사자들은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음성 파일 등 증거와 피해자들의 회견이 있었음에도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감독은 이용 의원이 "최 선수와 다른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감독으로서 관리 감독, 선수 폭행이 일어났던 걸 몰랐던 부분에 제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 의원이 "관리 감독에 대해서만 인정한다는 것이냐" "폭행·폭언과 무관하다는 것이냐"고 다시 묻자 모두 "네"라고 답했다. 장 선수도 "폭행한 일이 없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했다. "사과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같이 지내온 시간으로는 마음이 아프지만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만 했다. 김 선수는 "사죄할 것도, 그런 것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