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민간 차원의 통일 기금인 '통일나눔펀드'가 7일 출범 5주년을 맞는다. 출범 1년 만에 166만명이 1400억여원을 기부하는 등 '기록의 역사'를 써온 통일나눔펀드는 작년까지 총 275개 통일 관련 사업에 180억원을 지원하며 국내외 통일 단체들의 '젖줄' 역할을 했다. 펀드를 운영해온 통일과 나눔 재단에 따르면 이 단체들이 지난 4년간 진행한 각종 통일 관련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인원은 400만명에 달한다. 안병훈 재단 이사장은 "올해는 코로나 창궐로 전 세계가 어렵지만 이를 이겨내고 미래 세대와 함께 창의력과 상상력 가득한 통일을 일궈 가겠다"고 했다.

유명인은 1%… 166만명 대부분이 이웃

통일나눔펀드는 출범 20일 만에 기부 약정자가 1만명을 돌파하더니 68일 만에 10만명, 169일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1년간 진행한 기부금 모집에 166만5548명이 동참했다. 당시 기부·모금 업계에선 "하루 평균 4500여 명이 동참하는 모금의 속도와 열기도 놀랍지만, 통일이 기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파격"이란 말이 나왔다.

게임 기반 교육콘텐츠기업 '놀공'이 2019년 10월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주최한 게임 전시회 '피스플랜 3030'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9년 통일나눔펀드 지원을 받은 122개 사업 중 하나다.

전체 기부자 중 유명 인사의 비율은 1% 미만이었다. 용돈을 쪼개 기부한 초등학생, 월급 일부를 떼 기부에 나선 직장인, 기초노령연금을 내놓은 어르신 등 '나눔이 통일의 시작'이란 펀드 취지에 공감한 기부자의 절대다수가 우리 이웃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었다. 통일 앞에서 기업 경영진과 노조가 한목소리를 냈고, 여·야와 좌·우, 보수·진보의 구별도 없었다.

"275개 사업에 400만명 참여"

재단이 모금한 돈은 총 1441억원이다. 탈북 학생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0억원을 기부한 원로 배우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 등 166만명이 보내온 240억원에,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기부한 비공개 주식 매각 대금 등을 합친 것이다. 재단은 이 돈으로 2016년부터 통일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작년까지 4년간 275개 사업에 약 180억원을 집행했다.

지원 사업 가운데는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민감성을 고려해 비공개 사업이 많았다. 펀드는 북한 관료·학생들에게 경영이론, 마케팅 등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는 해외 대북 교류 단체를 간접 지원했다. 2018년부터는 북한 보건·의료 개선 분야로 지원 범위를 넓혔다. 그 혜택을 입은 북한 주민이 작년에만 2만명이 넘는다.

펀드 지원을 받아 2018년 개봉한 추상미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각종 영화제에 초대받는 등 관객 수만명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파이브세컨즈는 펀드 지원으로 통일·북한 관련 유튜브 영상 30여개를 제작했다. 전체 조회 수는 300만이 넘는다.

펀드는 해외 9국 북한·통일 기관·단체들의 각종 사업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도 그중 하나다. 재단 관계자는 "이 사이트 게시물을 조회·구독·공유한 건수가 2018년 한 해에만 73만건"이라고 했다. 전병길 재단 사무국장은 "이 밖에도 매년 수십 건의 통일 관련 공연, 강연, 아카데미, 전시회, 장학 사업들이 펀드 지원을 받았다"며 "직간접 참여 인원은 400만명이 훌쩍 넘는다"고 했다.

재단은 올해도 각종 통일 관련 사업 72개를 선정해 45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재단 측은 "코로나 리스크를 고려해 대부분의 활동을 비대면·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유도하고 공연, 집회, 해외 사업은 배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