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이탈리아의 도시 풍경이다. 붐비는 거리 한복판에 신발 가게와 고기를 주렁주렁 매달아 둔 정육점이 있고, 그 사이에 학교가 있다. 높은 강단에 선생이 있고, 그 앞에 줄지어 앉은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한다. 근 700년 전 교실이 우리 눈에도 익숙한 이유는 이것이 학습을 위해 최적화된 환경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북적이는 거리를 걸으며 한시도 같지 않은 세상을 눈에 담고, 서로 다른 많은 사람과 스친 다음 교실에 도착했을 것이다. 학교란 이렇게 변화무쌍한 세상을 두고, 여럿이 모여 앉아 토론하고 논쟁하고 이해하며 정리하는 곳이 아니겠는가.

암부로조 로렌체티, 선한 정부가 도시의 삶에 미치는 영향, 1338~1340년, 프레스코, 시에나팔라초 푸블리코 소재.

이 그림은 당시 문화와 경제의 중심 도시, 시에나의 시청 건물에 암부로조 로렌체티(Ambrogio Lorenzetti·약 1290~1348)가 그린 대규모 벽화의 한 부분이다. 로렌체티는 평화와 용기, 절제와 정의 등의 덕성을 갖춘 선한 정부가 다스리는 도시와 농촌의 풍요로운 모습을 두 벽에 이어 그리고, 반대로 악한 정부 아래서 피폐한 도시와 농촌의 면모를 나머지 두 면에 그렸다. '선한 정부' 장면은 실제 시에나의 현실에 이상과 소망을 덧붙인 '지상낙원'에 가깝다. 그 이전까지, 죽음 이후의 천국과 지옥만을 상상하던 서구인들이 마침내 현실 정치로 눈길을 돌려 인간의 노력으로 이상 사회를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2020년의 교실은 텅 비었고, 학생들은 저마다 고립된 공간에서 홀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교실, 논쟁과 토론이 빠진 대화, 눈으로만 익힌 지식이 온전할 리 없으니, 그저 평범한 교실로 되돌아가는 게 마치 ‘지상낙원’이라도 꿈꾸듯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