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람한방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면역관문억제제(인체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를 없애는 새로운 유형의 항암제)를 사용하는 65세 이상 암 환자의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 센터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한 내용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내 코로나19 감염자(4월 10일 기준) 18만458명 가운데 9385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8.4%가 암 환자로 나타났다. 중국과 이탈리아 방역 당국은 암 환자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더 높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국내 사정도 비슷하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사망자 현황(6월 25일 기준)을 살펴보면 86.9%가 65세 이상 고령자였으며, 14.2%가 기저 질환으로 암을 앓고 있었다.

대부분 암 환자는 정기적으로 화학 요법 항암 치료를 받는다. 암으로 약해진 면역력은 이 과정에서 더욱 급격하게 떨어진다. 건강한 사람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은 커지고 사망률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이를 우려해 암 치료를 미루는 환자도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암 치료 시기를 놓치면 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 있다. 암 환자는 특히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암을 치료하고 근본적인 건강을 되찾아야 바이러스와 싸워 이길 힘도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의학 저널 '란셋'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 사례 1590건을 분석한 결과 18건에서 암 병력이 드러났다. 코로나19에 걸린 암 환자는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중증 상태까지 이를 확률이 더 높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내 암 환자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의료 자원이 코로나19 치료에 집중되면서 암 환자가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결과다.

연구진은 "응급 상황인 암 환자가 급하게 병원을 찾아도 밀려드는 코로나19 환자 때문에 치료가 늦어질 수 있다"며 "진행성 암 환자라면 심각한 합병증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평소에 필수적인 치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것은 암 병력 환자 18명 중 5명이 폐암 환자였다는 점이다. 폐 기능을 떨어뜨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암 환자에게 더 위험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폐암을 앓던 70대 남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숨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81세 말기 폐암 환자도 코로나19 확진 후 증상이 악화하며 사망했다. 이에 방역 당국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 항암 치료 암 환자 등 건강 취약 계층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폐암의 원인이 되는 흡연도 코로나19의 위험 요소다. 최근 정부는 임신부, 65세 이상 성인, 당뇨병·심부전·호흡기질환·암 등을 앓는 만성질환자 등으로 지정한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흡연자를 추가했다. 방역 당국은 "흡연자는 폐 기능이 저하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흡연자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한다.

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흡연자는 인플루엔자(독감)와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 등에서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최근 유럽 생화학학회지에는 담배의 주요 유해 성분인 니코틴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몸속 수용체(ACE2)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폐 상피 세포에 유해한 신호 전달을 유발한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흡연자는 심혈관·폐·면역계 기능이 더 떨어져 중증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비(非)흡연자보다 14배나 높다. 이는 폐와 기타 장기를 오랜 기간 니코틴에 노출하면서 바이러스 감수성과 질병 중증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니코틴뿐 아니라 담배 속에 든 일산화탄소, 단환방향족탄화수소 등도 코로나19 환자의 증세를 나쁘게 만들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 흡연자의 폐는 망가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흡연자가 기침이나 가슴 통증, 호흡 곤란, 객혈(혈액이 같이 나오는 가래 기침) 등에 시달리는 걸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다. 이렇듯 폐에 이상이 있는 흡연자나 폐암 환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철저하게 방역 수칙을 지키며 바이러스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도록 면역 관리에 힘써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