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타임스퀘어 내 일본 의류 브랜드 'GU'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이후 지난 1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일본 주요 기업의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본 식음료와 생활용품 업종 등에 직접적 타격을 준 것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5일 일본 수출 규제 전후 한국에 진출한 일본 소비재 기업 31곳의 경영 성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올린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6.9% 줄었고, 영업이익은 71.3% 급감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건 식음료 업종이었다. 2019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5%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적자 전환했다. 아사히 맥주로 유명한 롯데아사히주류는 지난해 매출이 50.1%(624억원) 감소했고, 3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즉석 수프 ‘보노’로 알려진 한국아지노모의 작년 매출도 2018년 대비 34.2%, 영업이익은 70.6% 줄었다.

식음료에 이어 자동차·부품(-16.8%) 매출 감소폭도 컸다. 혼다코리아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22.3%(1041억원) 줄었고 146억원의 순손실을 올렸다.

의류·생활용품 타격도 상당했다.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1.3%(4439억원) 급감했고, 240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일본 의류 브랜드 데상트코리아(-15.3%)와 세탁 세제 ‘비트’를 판매하는 라이온코리아(-12.9%), 생활용품 브랜드 ‘무지’를 운영하는 무인양품(-9.8%) 등도 일제히 매출이 줄었다. 화장품업종(-7.3%), 유통업종(-3.4%)도 위축됐다.

반면 오히려 실적이 좋아진 일본 기업들도 있었다. IT전기전자업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8%,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2.1%,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업체인 한국닌텐도(36.6%)를 비롯해 한국히타치(27%), 소니코리아(19.5%)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