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스런 욕은 기본이고, 싸데기(뺨)나 머리는 이틀마다 맞았죠. 각목으로 맞을 땐 정말 아파 죽는 줄 알았어요.”

지난 2016년 경북 경주시청 철인 3종경기인 트라이애슬론팀의 운동선수 A(23)씨의 말이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22)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후 최 선수의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선배 선수들에게 폭언·폭행을 당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22) 선수의 2016년 증명사진.

경북 경주시청 철인 3종경기 운동선수 A씨는 3일 본지 통화에서 “지난 2016년 입단 후 해당 감독과 선배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월 소속팀의 한 선배는 자신을 불러 벽에 세운 뒤 각목을 다른 후배에게 주며 때리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보강 운동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저를 때린 후배가 나중에 울면서 사과했다”며 “후배도 같은 피해자라 용서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7월엔 감독으로부터 뺨과 머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과자를 먹었다는 이유였다. A씨는 “몸무게 52㎏을 유지 못하면 밥도 안 줬다. 훈련 기간 내내 배고팠다”고 말했다.

고 최숙현 선수의 경북체고 단짝이었다는 B(22)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숙현이가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면 울면서 많이 힘들어했다”며 “주로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많이 맞았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는 또 “학창 시절부터 매일 숙현이가 맞은 이야기를 전화 통화로 해줬다”며 “가끔 죽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16년 겨울, 대구 이월드에서 고 최숙현(뒷줄 오른쪽 두 번째) 선수와 친구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 최숙현 선수가 선수생활이 힘들어 자해를 시도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 선수의 선배 C(24)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2018년 말쯤 숙현이가 감독과 선배 선수들이 자신만 따돌림하고 있다”며 “공황 장애를 겪어 수시로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숙현이가 손목을 자해한 상처를 본 뒤 ‘힘들면 말을 해야지 왜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 많이 나무랐다”며 “당시 그 일로 한 동안 헤어졌는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무척 슬프고 책임감이 든다”고 했다.

최 선수가 활동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경주시 직장운동경기부 소속이다. 경주시체육회가 경주시의 보조금을 받아 관리한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대해 시가 관리 감독 책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최숙현 선수의 진정에 대해 조사를 하려 했으나 팀이 해외 훈련 중이라 사실 관계 파악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날 발표한 애도문에서 “고 최숙현 선수가 불행한 일로 유명을 달리한 데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시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주 시장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해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 최 선수와 관련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서 활동했던 팀 닥터를 고발하기로 했다.

주 시장은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팀 해체를 비롯한 강력한 조치와 예방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며 “진상규명 및 책임소재 파악이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