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김영석

지난주에 강원 양구 인문학박물관에서 연락이 왔다. 3월 중순부터 열려다 미룬 인문학 강좌를 7월 중순에 개강하면 어떻겠는지 의견을 물어온 것이다. 양구에는 코로나19 환자가 한 사람도 없기 때문에 개강을 고대하는 수강생이 많다고 했다. 나는 결정에 따르겠지만 충분히 협의해 보라는 뜻을 전했다.

6월 중 한 지방교회와 두 대학에서 강의를 성공리에 치렀기 때문에 안전지대인 양구는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스크를 끼고 대기하다가 시간이 되면 마스크를 벗고 강의를 끝낸 후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기실에 있다가 돌아오면 된다. 수강하는 이들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자리에 앉는다. 자기를 보호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을 위해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공동체 의식과 예절을 안 지키는 일부 사람이다. 한 번은 20여 년 다니던 이름 있는 식당을 찾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충분히 할 수 있는 넓은 식당이지만 직원을 줄이면서 일부 공간만 사용하기 때문에 좌석이 가까이 붙어 있었다. 옆 자리를 차지한 50대 아주머니 넷이서 식사를 하는 동안 쉬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었다. 집에 돌아와 일주일간 찜찜했다. 코로나19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는 점잖은 지도층 인사들이 모이는 회의에 참석했다. 혼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데 70대 초반의 회원이 옆에 와 인사 겸 자기소개를 했다. 연장자에게 마스크를 끼고 말하는 것이 미안했던 것 같다. 마스크를 벗고는 선 채로 10분 정도 얘기를 나누고 떠나갔다. 나는 커피를 마시다 말고 마스크를 다시 쓸 수도 없고 얼마나 불안하고 민망했는지 모른다. 무의식중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였다. 누구를 대하든 마음의 준비와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경험들을 했기 때문일까. 양구의 개강은 초가을까지 보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서울에서 참석하던 수강생들이 양구 분들을 위해 삼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강의는 시간을 얻어 보충할 수 있으나 코로나 위기는 서로가 위해 주는 마음으로 협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내 손녀가 미국에서 돌아와 2주 동안 대문 밖에 나가지 않았고, 할아버지인 나와 다른 가족들을 위해 외출을 삼가던 사실을 기억해 양구 강좌 연기에 찬동했다.

지금은 전 세계 코로나19 환자가 1000만이 넘었고 사망자가 50만 명을 초과했다. 우리 의료진들, 특히 간호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한 어머니 간호사가 두 아이에게 "너희들과 함께 있으면 좋은데, 많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녀와야겠다"면서 양해를 구하는 모습을 보았다. 많은 사람이 어려움에 처하고, 고통을 겪을 때 사랑이 있는 공동체 의식을 갖추지 못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의료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를 위하는 사랑 있는 배려만이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