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北宋·960~1127) 때의 문인 소식(蘇軾)이 삼국(三國·220~280) 시절의 적벽(赤壁)을 회고한 문구가 있다. 시작이 이렇다. “큰 강이 동쪽으로 흘러, 물결이 천고의 영웅을 다 휩쓸고 지나갔다(大江東去, 浪淘盡, 千古風流人物).”

중국의 대부분 하천은 동쪽으로 흐른다.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은 지세(地勢) 때문이다. 이른바 서고동저(西高東低)의 지형이다. 가장 서쪽에는 매우 높은 고원, 다음 단계는 산지(山地)가 이어지다가 동쪽으로 진입하면서 드넓은 평원(平原)을 보인다.

세 단계의 사다리꼴 지형이 중국 땅의 특성이다. 따라서 물은 동류(東流)하기 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남쪽의 장강(長江)과 북쪽의 황하(黃河)를 비롯해 대개의 하천 흐름이 그렇다. 따라서 '동류'라는 단어에는 중국인의 각별한 심사(心思)가 맺힌다.

"동쪽 물 흐름에 떠나보내다"라는 의미의 '부동류(付東流)' '부저동류(付諸東流)'라는 성어가 대표적이다. 시간과 세월, 덧없는 인생, 성공과 좌절, 영광과 오욕(汚辱) 등이 어쩔 수 없는 큰 흐름에 실려 사라짐을 체념하며 받아들인다. 잃어 없어지는 망실(亡失), 잊어 없애는 망실(忘失)의 정서다.

무수한 전쟁과 셀 수 없이 많았던 재난(災難) 등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중국인의 마음 한구석 풍경이다. 나라 잃은 임금 남당(南唐) 이욱(李煜)이 "얼마나 슬픈지 아느냐"고 자문한 뒤 "마치 온 강의 봄물이 동으로 흘러 지나는 듯(恰似一江春水向東流)"이라 적은 글귀는 강물 흐름의 표현 중에는 압권(壓卷)에 해당한다.

중국 하천 흐름이 요즘 문제다. 너무 많이 내린 비 때문에 강물이 넘쳐 남부 중국 곳곳이 어지럽게 횡류(橫流)하는 물로 난리다. 동쪽으로 계속 흘러 바다로 빠져나가야 할 물이 사람 사는 곳을 삼키니 평범한 중국인들의 눈물과 한숨, 고단함만 나날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