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서민 실수요자 보호, 다주택자 규제 강화, 주택 공급 확대 등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집값이 계속 오르면서 서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렵게 됐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실수요자는 보호하면서 투기 수요와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규제를 통한 투기수요 억제만으로는 안정화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선 21차례 부동산 대책이 나오며 규제에 대한 사람들의 내성(耐性)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이 정도 대책으로는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27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업무보고에 입장하는 모습.

"실수요자 보호하고 주택 공급 늘려라"

시장에서는 이날 문 대통령이 '공급 확대'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지금껏 '집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문가들 조언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면 오히려 집값을 자극해 '정부가 부자들의 자산 증식을 도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지금껏 정부는 서울 내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보다는 3기 신도시 등 서울 외곽을 개발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상당한 (주택)물량을 공급했지만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으니 발굴을 해서라도 추가로 늘리라"고 했다. 지금까지 낸 공급 방안으론 부족하니, 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서울 내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지 않고는 단기간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또 "실수요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전·월세 거주자의 부담을 낮추고 청년·신혼부부 주택 구입 시 세금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다. 취득세 등 주택 구입에 드는 비용을 낮춰주란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실수요자 주택 마련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대출 규제와 관련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아 핵심은 비켜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다주택자 등 투기성 주택 보유자에 대해서는 보다 강하게 규제하라고 주문했다. 보유세 등 세금을 높여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압박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금 강화, 임차인 보호 등 추가 대책 나올 듯

문 대통령은 앞서 세 가지 주문과 함께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당부했다. 6·17 대책 발표 후 김포 등 비(非)규제 지역 집값이 오르고, 서울로 다시 투자 수요가 몰리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거론되던 추가 대책의 필요성을 공언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대책이 다주택자 세금 강화, 임차인 보호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라디오·TV 방송에 잇따라 출연하며 관련 대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영국·프랑스·싱가포르 등 해외의 다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제 강화 사례를 분석한 연구자료를 발표하며 세제 강화의 '군불'을 지피고 있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영국은 150만파운드(약 22억원) 초과 주택 취득 시 집값의 12%를 세금으로 내고, 다주택자는 3%포인트 중과세율을 적용받는다. 한국의 취득세율은 이보다 낮은 1~4%다.

임차인 보호 방안도 추가 대책으로 거론된다. 전셋값이 올라 매매 가격과 격차가 줄어들면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활발해지면서 집값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당 의원들 주도로 전·월세 상한제, 계약 갱신 무한 청구권, 전·월세 신고제 등의 법안이 발의됐거나 발의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대통령 발언에 주택 공급 확대가 포함됐다는 점은 새롭지만 여전히 과세 강화 등 규제에 무게중심이 있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잠깐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론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