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1개의 반도체 칩에 구성돼 있는 소자의 수)를 기존보다 1000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원리가 제시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이준희 교수 연구팀이 2일(미국 현지시각)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집적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이론과 소재를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사이언스에 순수 이론 논문이 게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다. 이 연구는 이론적 엄밀성, 독창성, 산업적 파급력을 인정받아 사이언스에 실리게 됐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면 반도체 공정을 0.5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까지 미세화 할 수 있어 메모리 집적도가 기존 대비 약 1000배 이상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작아지면 발열이 줄고, 성능과 효율이 개선된다.

이준희 UNIST 교수.

◇원자간 탄성 사라지는 물리 현상 새로 발견

그동안 반도체 업체들은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세화를 추진, 단위 면적당 집적도를 높여왔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내에 데이터 저장을 하기 위해서는 탄성으로 연결된 수천 개의 원자 집단인 ‘도메인’이 반드시 있어야 해 일정 수준 이하로는 반도체 크기를 줄일 수 없었다. 반도체 소자가 한계 수준보다 작아지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이준희 교수 연구팀은 ‘산화하프늄(HfO₂)’이라는 반도체 소재의 산소 원자에 전압을 가하면 원자간 탄성이 사라지는 물리 현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이를 반도체에 적용해 저장용량 한계를 돌파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이 현상을 적용하면 개별 원자를 제어할 수 있고, 산소 원자 4개에 1비트 단위 데이터 저장이 가능해진다”며 “이 연구는 데이터 저장을 위해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도메인이 필요하다는 업계 통념을 뒤집었다”고 했다.

이준희 교수 연구팀 발표 내용.

◇반도체 소형화 더욱 가속화 될 것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적용할 경우, 스마트폰·태블릿 등 다양한 제품의 메모리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준희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반도체 소형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작년 12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고 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사업 지원도 받아 수행됐다.

삼성은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589개 과제에 7589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