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2일 “미래통합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지명해야 한다”며 통합당을 압박했다. 통합당 일각에선 “공수처 출범에 협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이 갖고 있는 공수처장 추천권을 손대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 지난달 29일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법사위 전체회의를 여는 모습.

윤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공수처가) 7월 15일에 출범하려면 7월 15일 전에 공수처장이 임명돼야 한다.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에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거기에 통합당이 응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2명의 후보를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 여당이 추천한 추천위원 2명, 야당이 추천한 추천위원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가 대통령에게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추천위원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이 추천한 추천위원 2명이 ‘비토권’을 가진 것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의 출범일은 7월 15일이다. 추천위가 언제까지 구성되어야 한다는 조항이나 처장 후보 추천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지만, 오는 15일 전에는 추천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여당은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당이 야당 몫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 출범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것이 여당 일각의 의구심이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은 공수처장이 임명하기 때문에, 공수처장은 공석으로 둔 채 공수처를 일단 출범시키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통합당이 추천위원 추천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사실 공수처 출범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오히려 공수처법 개정 명분을 통합당이 제공해주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추천위원 2명에 대한 지명권을 통합당에게서 빼앗거나, 공수처와 출범을 강제하는 등으로 법을 고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앞서 공수처법도 민주당 주도로 만들었다. 민주당과 친여 군소 정당들은 지난해 5월 통합당 반대에도 공수처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뒤 지난해 말 다시 통합당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고 공수처법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다만 민주당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0일 “법률을 만들어놓고 단 한 번도 시행해보지 않고 개정한 예를 본 적이 없다”며 “공수처법을 시행하면서 그 속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개정을 논의할 수 있지만,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개정을 얘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는 윤 의원도 “(김 수석과 저의 말이) 다르지 않다. 김 원내수석부대표가 이야기한 것은 현행법 하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통합당이 추천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이야기인데, 만약 끝까지 통합당이 후보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아서 공수처 발족이 한없이 늦어지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 그게 법 개정 이유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