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합법적인 30년 이상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졌다. 1일(현지 시각) 집계된 헌법 개정 국민투표 결과 개헌안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개헌안 통과가 확정되면 푸틴 대통령은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맡을 수 있다.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RT 등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밤 11시 개표율 60% 상황에서 투표자의 76.9%가 개헌안에 찬성하고 22%가 반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65%로 파악됐다. 개헌안은 투표참여자의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되기 때문에,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 투표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날까지 러시아 전역의 9만6000여개 투표소에서 차례로 진행됐다. 투표는 당초 4월 예정됐다가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차례 연기됐었다. 선거당국은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본 투표일에 앞서 6일 간의 사전 투표를 허용했고, 공원 벤치, 차량 트렁크 등에까지 간이 투표소가 설치됐다. 수도 모스크바 등에선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 투표도 허용했다. 이로 인해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물고 있는 러시아 우주인 아나톨리 이바니신 등도 투표에 참여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 연임 반대를 이유로 투표 참여 반대 운동도 일었으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마감된 1일(현지 시각)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드보르초바야(왕궁) 광장에서 한 남성이 '대통령을 바꿀 필요는 있지만 헌법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써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실 개헌안은 이미 지난 3월 의회 승인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국민투표가 개헌을 위해 필수적인 법적 절차는 아니라고 BBC 등 외신들은 전했다. 게다가 투표율 또한 개헌안 통과 여부와 큰 상관이 없는데, 이번 투표가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러시아 당국은 투표율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선거당국은 투표자들에게 아파트와 자동차, 스마트폰, 쇼핑 바우처 등을 추첨을 통해 경품으로 주겠다고 약속하며 투표 참여를 유도했다.

개헌안에는 최저임금 보장과 같은 사회적 조항과 애국심 교육 장려, 동성 결혼 금지 등의 이념적 조항이 두루 담겼다. 유권자들은 모든 조항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를 투표할 수 있었다. ‘동일 인물의 두 차례가 넘는 대통령직 수행 금지’ 조항이 담겼는데,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임기를 백지화하는 특별조항이 함께 들어 있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연임이 가능해졌다. 현재 네 번째 대통령 임기를 수행 중인 푸틴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해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차례 더 연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