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6·25전쟁 70주년 행사에 국군 유해 147구를 운구한 공중급유기(1호기)가 아닌 다른 공중급유기(2호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 "코로나 방역 문제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공중급유기의 좌석 등을 구석구석 방역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유해를 다른 공중급유기에 옮긴 뒤 행사를 치러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공식 입장과 달리 실제로는 6·25 행사의 영상 투사 이벤트(미디어 파사드)를 위해 미리 다른 공중급유기를 준비시켰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벤트를 위해 유해가 아닌 비행기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70년 만에 돌아온 국군 유해가 소품 취급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지난 25일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 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국군 참전용사 유해 147구를 봉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항공기는 하와이에서 유해를 운구해 온 공중급유기(1호기)가 아니라 아닌 다른 공중급유기(2호기)다.

◇3일 전부터 다른 급유기 대기

정부 관계자는 이날 "공중급유기를 방역하는 데 실제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147구의 유해는 행사 전날인 24일 오후 5시에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했는데 행사는 25일 오후 8시 20분에 열렸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24시간가량 방역을 실시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유해는 행사장에 들여오면서 비행기는 방역 때문에 못 온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이날 이벤트를 위해 유해를 원래 공중급유기에서 뺐다가 행사용 급유기에 넣어놨고, 행사 때 다시 빼냈다. 유해가 이벤트를 위해 이리저리 옮겨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 행사를 위해 3일 전부터 다른 공중급유기를 서울공항에 가져다 놓고 무대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의 핵심 소재는 공중급유기였고, 비행기 동체를 중심으로 행사장도 꾸려졌다. 이렇게 미리 다른 공중급유기를 준비한 건 미디어 파사드 구현의 기술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투사하는 면적과 영상을 매칭시키는 '매핑' 작업을 해야 하는데 비행기 표면과 같은 곡면에서는 평면보다 그 작업이 더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와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방역과 기술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중급유기를 바꿔서 이벤트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행기 영상 쇼가 부각되고, 유해는 그를 위한 소품처럼 이용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 조태용 의원은 "유해를 송환해온 비행기는 따로 있는데 마치 같은 항공기인 양 속였다"며 "명백한 쇼"라고 했다. 박진 의원은 이번 행사를 준비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겨냥, "70년 만에 미국을 거쳐 송환된 147구의 참전용사 유해 봉환 행사는 엄숙하고 숭고해야 했다"며 "행사 책임자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청와대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태영호 "애국가 전주 듣고 귀를 의심"

6·25 행사 당시 연주된 애국가의 도입부가 북한 국가와 유사하다는 논란도 계속됐다. 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도입부 10초가량이 북한 국가와 흡사했다"며 "내 귀를 의심했다"고 했다. 행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헌화할 때 배경음악으로 '세월호 추모곡'이 사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가보훈처는 "세월호뿐 아니라 천안함 추모식, 국군 전사자 유해 봉안식 등에서도 비슷한 곡이 사용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