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주식 한 친구가 '따블(더블)' 번 것 보고 타이밍만 노리고 있는 '예비 개미' 주부 이모(40)씨, 환율 더 떨어지면 달러 좀 바꿔놓으려는 사업가 김모(72)씨, 이제는 내 집 살 기회를 영영 놓쳐버린 건지 고민이 많은 회사원 유모(35)씨….

2020년 상반기 자산 시장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각국이 코로나 타개를 위해 재정·통화정책을 쏟아부은 결과, 넘쳐나는 유동성이 자산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국내에도 100조원이 넘는 정책 자금이 풀리고 주가가 지난 석 달 사이 40% 넘게 뛰었다. 유동성이 부동산을 자극하자, 정부는 갭투자 방지 대책(6·17 정책)을 추가로 내놨다.

투자 타이밍을 놓친 사람도, 일단 유동성 장세에 올라타긴 했는데 언제 어떻게 내릴지 고민인 사람도 앞으로 펼쳐질 상황이 궁금하기만 하다. 하반기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까. 각 금융사 대표 PB(프라이빗뱅커)들에게 하반기 투자 전략을 물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국내외 주식을 유망 투자처로 꼽았다.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더 간다는 것이다. 특히 상반기에 각광받은 IT·반도체, 언택트 관련주로 하반기에도 돈이 몰릴 것으로 봤다. 국제 금값은 지금보다 10% 이상 높은 온스당 2000달러, 환율은 달러당 1150~1200원 선으로 소폭 달러 약세를 내다봤다.

◇"하반기에도 역시 주식… 유동성에 올라타라"

조선일보가 지난달 말 시중은행 4곳과 증권사 2곳의 대표 PB들에게 하반기 재테크 전략 설문을 해봤더니, 6명 중 5명이 하반기 유망 투자처로 주식을 꼽았다. 이 5명 중 4명이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까지 시계를 넓혀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유럽·일본 등 3대 중앙은행이 이미 각 지역 GDP 50%에 육박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많은 자금을 풀었다는 뜻이다. 코로나 이후 최종 구매자를 자처한 각국 중앙은행 덕분에 넘치는 유동성 랠리가 당분간 주식시장을 이끌 것이다. 국내에선 특히 부동산 규제와 맞물려 이런 현상이 더 뚜렷할 것"(선우성국 삼성증권 SNI강남타운 PB팀장)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제껏 많이 오른 미국 IT 주도주가 더 가리라고 보는 전문가는 이런 근거를 들었다. 박정순 우리은행 본점영업부 지점장은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 대부분이 IT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투자 자금은 성장성 높은 회사에 높은 가치를 매기는 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지명 신한PWM 프리빌리지 강남센터 PB팀장은 금융 위기 이후 2011년 있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업종) 장세'를 떠올려보라고 했다. 차 팀장은 "당시 중국의 위기 돌파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차화정 업종이 2년 가까이 주도주를 형성했다. 코로나 이후 주요국이 5G 등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시행하고 바이오 산업 위상이 강화되면서 이 인터넷, IT·반도체, 바이오 업종이 당분간 주도주가 될 것"이라고 봤다.

수익 실현할 타이밍을 고민하는 투자자도 많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지수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2100선을 넘은 지금 수익을 실현하라"고 조언했다. 코스피 지수가 단기간에 40% 이상 급등하며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근접한 상황이어서, 앞으로는 지수보다는 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IT·바이오·제약 부문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다. 이지연 미래에셋대우증권 마포WM 부지점장은 추가 기대 수익률을 10~15%로 보고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400포인트로 가장 높게 봤다.

◇"달러 소폭 약세, 금값 2000달러 갈듯"

코로나 확산 초기 극심했던 달러 강세 현상이 지금은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3월 말 대비 현재 달러인덱스(주요 6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6%가량 하락한 상태. 원·달러 환율도 11년 만에 최고 수준(1285.7원)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1200원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설문에 응답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하반기에 달러가 1150~1200원 선을 오갈 것으로 전망했다. 미 연준의 대규모 양적 완화,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으로 달러 약세가 계속되겠고, 한국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지면서 국내 외환시장 달러 유입도 이어질 것(조윤식 하나은행 이촌동 골드클럽 PB센터장)이라는 의견 등이 주류였다. 다만 코로나 2차 확산이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진다면 언제든 달러 가치가 폭등할 수 있는 불안한 상태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상반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금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국제 금값 전망에 6명 중 5명이 '온스당 2000달러'라고 답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내년 금값 전망치를 2000달러로 내다봤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팀장은 "자산군 분산뿐만 아니라 통화 분산도 필요하기 때문에 달러 투자는 늘 고려해야 한다"며 "유동성 과잉으로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금 투자 또한 유효하다. KRX 금 현물 투자를 권한다"고 추천했다.

◇부동산은 당분간 먹구름

갭투자(전세 낀 주택 매입) 방지책 등을 담은 이번 6·17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자산은 당분간 투자 매력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재건축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안전 진단 강화, 2년 실거주 요건, 재건축 부담금 본격화 등으로 재건축 사업 속도가 크게 낮아질 전망이고, 이로 인해 투자 수요가 줄고 종부세 부담이 커진 법인이 보유 물건을 내놓으면서 당분간 약세가 될 것(신한은행 차지명 팀장)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다만, 넘치는 유동성과 규제에 따른 공급 부족이 예상되기 때문에 집값이 대세 하락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들이라면 법인이 내놓는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