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를 독식한 더불어민주당이 35조3000억원 규모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국회 예비 심사를 하루 만에 끝냈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추경안에 대해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추경안 규모를 3조원 이상 늘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 자리가 비어 있다.

30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운영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등 16개 상임위는 전날 본회의 산회 직후부터 이날 오전까지 각각 전체회의를 열어 소관 정부 부처별 추경안을 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2시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 위원장을 자기 당 의원들로 선출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민주당과 범여 군소 정당 의원들끼리 상임위를 열기 시작해 추경안을 통과시켜버린 것이다.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경안의 규모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인 35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대다수 상임위는 예비 심사를 1~2시간만에 끝냈다. 가장 오래 한 곳이 6시간 가까이 한 기재위였는데, 결론은 ‘정부 원안 그대로 통과’였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결산안을 분석하는 독립 기관인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23일 3차 추경안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경기 악화로 인해 국세 수입이 11조4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를 추경안에 반영했지만, 예정처는 “14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예측되므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보다 정확한 (세수 감소) 전망치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자리 사업 예산에 대해선 “총 155만명 이상을 사업 대상으로 하게 되는데, 이는 금년 5월 기준 전체 실업자 수 127만8000명을 초과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세금을 들여 만드는 일자리 수가 전체 실업자 수보다 많아 예산 낭비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국판 뉴딜’ 관련 사업 예산에 대해선 “사업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사업 계획과 사전 절차가 미흡해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사업들이 상당수 편성돼 있다”고 했다. 이번 추경으로 23조8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우리 경제가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성장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저출산·고령화가 시작되어 향후 막대한 복지 지출이 예정되어 있으며, 소규모 개방 경제로서 내수 안전판이 취약하고 국제무역을 통해 부를 창출해야만 하는 구조적 어려움을 안고 있는 현실”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민주당 상임위’ 대다수는 추경안 규모를 정부 원안보다 늘렸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 예산 1조원, 지역신용보증지원 예산 5800억원 등 총 2조3101억원을 늘렸고, 교육위원회는 올해 1학기 대학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돌려주는 대학에 세금을 지원하겠다며 관련 예산 1985억원을 늘리는 등 총 3881억원을 늘렸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 출연을 비롯해 총 3163억원을 늘렸다. 16개 상임위에서 정부 원안보다 증액한 예산은 총 3조1321억4000만원에 달했다.

반면 16개 상임위 가운데 조금이라도 감액을 한 곳은 국방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뿐이었다. 국방위는 ‘첨단 과학 훈련 및 교육’ 예산 7억원, ‘첨단 정보통신 교육’ 예산 2억2000만원 등 9억2000만원을 깎았다. 법사위는 법무부 교정시설 장비 운용 사업 예산을 4000만원 깎았다. 예정처가 나랏돈이 낭비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일자리 사업 예산 등에 대한 삭감은 않고 국방 예산만 깎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10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38조4000억원 규모로 불어난 추경안에 대한 본 심사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사흘 뒤인 7월 3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루 평균 12조8000억원어치 예산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