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보건부 신설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뒤 토론장을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30일 미래통합당과의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이 결렬된 원인을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비토’ 탓으로 돌렸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통합당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이를 구실로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차지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의 ‘상임위 독식’을 김종인 위원장 탓으로 돌린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 원내총괄수석부대표는 이날 아침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과 통합당 원내 지도부가 양 당 의석 수 차이가) 176대103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가운데 협상을 해도 통합당 내에 들어가면 번번이 의원총회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합의안이) 부결됐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다 가져가라는 가이드(지침)을 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위원장이 너무 과도한 허들을 만들어서 원 구성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진행자가 “김 위원장의 비토는 확인하고 하는 말이냐”라고 본인의 추측인지, 근거가 있는 말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김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위원장의 비토라고 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느껴졌다. 김 위원장도 알고 주호영(통합당 원내대표)도 알고, 모든 통합당 사람들이 알 것”이라며 “단지 그 얘기를 안 할 따름”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은 백혜련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28일 밤에는) 합의가 굉장히 잘 진행되고 가(假)합의문까지 나올 상황이었는데 밤새 그것이 뒤집혀서 협상 결렬이 됐던 상황”이라며 “그러니까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이, 밤새 (통합당 원내 지도부가) 어떤 사람들과 논의하고 (결렬) 결론을 내렸을까. 당 지도부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이 반대를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통합당 내부의 일이기 때문에 제가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황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이 강력하게 개입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지점들이 있다”고 했다. 진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가합의안을 들고 가서 승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여기서 승인을 받지 못한 게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이에 대해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수퍼 갑질로 국회를 전부 독식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체제를 갖추며 희희낙락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어디가 제 발이 저린지 협상 결렬 책임을 우리 당에 돌리고, 파렴치하게 지도부 이간질까지 시도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 개입설’을 부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에 따라 법제사법위원장을 제1야당이 맡아 국회의 소금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걸 민주당이 탈취한 뒤에 시혜적으로 상임위를 나눠주겠다는 걸 저희가 거부한 것”이라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통합당이 민주당과 상임위원장을 나눠가졌다면 위원장이 됐을 통합당 3선 의원들이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고 직접 밝혔던 일을 언급하면서 “3선 중진 의원이 나라·국회를 걱정해 기꺼이 기득권을 포기한 것인데도 (민주당이) 어디가 발이 저린지 책임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희들은 여러 의원의 단호한 뜻에 따라 그런 협상을 할 수 없다고 해서 파기한 것이며, 결코 지도부 간 견해가 다른 게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