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국가 개입으로 이른바 'K방역'은 성공했지만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한국정보법학회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보법의 도전과 과제' 정기학술대회 기조 발제를 통해 'K방역'의 성공 원인으로 우수한 의료 시스템과 감염 경로를 철저하게 추적하고 법령으로 강력한 행정조치를 가능하게 한 공권력을 꼽았다. 하지만 공권력 행사는 한편으로 기본권 침해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강 부장판사는 "각종 행정조치들의 헌법적 적합성이 의심스럽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를 꼽았다. 그는 "정보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면서 "미국·유럽 등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달 '이태원 클럽 사태'에 대한 행정조치도 비판 대상이 됐다. 서울시는 당시 기지국 주변 1만여명에게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를 보냈다. 신용카드 이용자 494명 명단도 수집됐다. 통신사와 카드사 등 민간의 '협조'를 빌미로 했다. 장철준 단국대 교수는 "국가가 감염병 예방을 목적으로 강제적 정보를 획득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강 부장판사도 "헌법적 관점에서 과도한 행정권 발동"이라고 지적했다.

강 부장판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2월 신천지 과천 본부에 공무원 40여명을 투입해 강제 진입한 데 대해서도 "과도한 행정조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염병예방법이 지자체장에게 역학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를 영장도 없이 강제 진입할 권한으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방역을 명분으로 한 국가 개입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월부터 코로나 관련 외신을 번역해 3500쪽의 자료를 정리한 강 부장판사는 "국가의 정보기본권 침해 우려에 '자발적 기본권 포기의 일상화' '빅브러더 시대의 유혹' '포퓰리즘에 기반한 독재' 등의 키워드가 빈번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