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스크를 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강제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대한 주호영 원내대표의 규탄 성명 발표를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9일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중 정보위원회를 제외한 17개 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모두 차지했다. 특정 정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은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13대 국회 이후 32년 만이다.

민주당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개정해 야당 몫 공수처장 추천권을 빼앗을 수 있다고도 했다. 통합당은 "176석 거대 여당의 폭주"라며 "오늘은 국회가 사실상 없어지고 민주당의 '일당 독재' '의회 독재'가 시작된 날"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날 통합당과의 21대 국회 전반기 원(院) 구성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본회의를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11명을 자기 당 의원들로 선출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자기 당 의원으로 단독 선출한 데 이어 나머지도 단독으로 선출한 것이다.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도 각 상임위에 통합당 의사와 무관하게 의원들을 강제 배정했다. 정보위원장은 '정보위원은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부의장 및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협의하여 선임한다'는 국회법 조항에 따라 이날 뽑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끝나자마자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단독 심사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야당이 협조하지 않아도 다음 달 3일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회의에서 코로나 경제 위기를 강조하며 "3차 추경을 간절히 기다리는 국민과 기업들의 절실한 요구에 국회가 응답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통합당이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면 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포함한 특단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신속하게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야당 몫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여당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공수처장 후보는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야당이 자기 몫 위원 2명을 추천하지 않으면 처장 지명이 어렵다. 통합당은 "여당이 법 개정을 해서라도 자기들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뽑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