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서부산업단지에 있는 A주물업체는 직원 30명 중 27명(90%)이 50대 이상이다. 대형 선박용 엔진이나 공작기계를 만드는 작업은 미리 만들어 놓은 틀에 사람이 직접 쇳물을 부어 넣어야 하는데, 작업팀 10명 중 '막내' 나이가 58세다. '젊은 피'에 속하는 40대 3명은 기계로 철제 제품을 찍어내는 자동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A사 장모 대표는 "쇳물 온도와 붓는 속도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고, 사소한 실수는 곧바로 불량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도제식으로 최소 5년은 배워야 하는데, 젊은이들이 이런 일을 꺼리다 보니 기술 전수는 꿈도 못 꾸는 처지"라고 했다. A사뿐만 아니라 산업단지 내 대부분 주물업체가 50~60대 숙련공에게 의지하는 실정이다. 장 대표는 "몇 년 뒤에도 회사가 계속 돌아갈지 장담할 수 없다"며 "고령화에 따른 기술 단절은 국가 제조업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인천 서구 검단산업단지에 있는 한 금속 표면처리업체에서 50대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11명이 일하는 이 업체는 최연장자인 67세 직원을 포함해 5명이 50대 이상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젊은 인력 충원 없이는 기술 단절은 물론 국가 제조업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인 중소기업계가 기술인력 고령화에 신음하고 있다. 숙련공 대다수가 50~60대인 상황에서 젊은 인력이 유입되지 않아 기술 전수의 맥이 끊길 위기다. 산업 현장은 해가 갈수록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생산성은 떨어지는 실정이다.

"기술 전수 끊기고, 공멸할 수도"

중소기업계는 "젊은 기술인력 보강 없이는 국가 제조업 전체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전체 중소 제조사 근로자 중 60대 이상은 2014년 3.6%에서 2018년 6.6%로 늘었다. 50~60대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33.8%로 3분의 1을 넘는다. 작년 말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기업이 21%이지만, 중소기업은 41%다. 60대는 대기업이 3.6%, 중소기업은 16.3%에 달한다.

특히 조선과 철강,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주조·금형·용접·열처리 등 뿌리산업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부산에서 금속표면처리 공장을 운영하는 박모 대표는 "직원 40여명 중 외국인 근로자 10여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50~60대"라며 "올해 젊은 신입 직원 5명을 뽑았는데 몇 달 버티지 못하고 모두 나갔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제조업 현장 고령화를 그냥 방치하고 있다"며 "젊은이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수년 내 모두 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 검단산업단지에 있는 자동차 부품 표면처리 업체 B사는 직원 11명 중 5명이 50대 이상이다. 67세 직원도 있다. 정모 대표는 "우리 회사는 자동화 설비를 많이 도입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나이가 많은 직원은 새로 도입한 자동화 설비에 대한 적응이 늦어 젊은 직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대 일 가르쳐 채용하고 싶은데…"

인천표면처리협동조합은 지역 업체의 일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교육생 30명을 모집해 이 중 17명을 취업시켰다. 그런데 취업자 모두가 50대 이상이었다. 조합 관계자는 "젊은 사람만 온다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일을 가르쳐 채용하겠다는 업체가 많다"며 "정부가 도와준다면 특성화고 출신 청년을 병역특례로 취업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뿌리산업 등 제조업 고사(枯死)를 막기 위해 젊은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교육기관 설립과 고령자 고용 유지 지원 확대를 요구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23일 '2020년도 제1차 뿌리산업위원회'를 열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핵심인 뿌리기술 분야의 숙련된 기술자가 젊은 인력에게 기술을 전수하고, 인력난도 해결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문 양성 교육기관 설립을 요청했다.

중기중앙회는 또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인 '고령자 계속고용 장려금'의 지원 대상을 60세 이상 직원을 계속 고용하는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하고, 지원 기간과 규모를 늘려달라고 고용노동부에 요청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 제조업체가 숙련 인력을 계속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