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조응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민주당 초선 의원들 앞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쏟아 낸 '거친 발언'을 두고 여권에서도 "말문을 잃을 정도"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추 장관은 "장관의 언어 품격을 지적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며 "문제는 '검·언 유착'"이라고 했다. 친여 강성 지지자들은 "역시 차기 대통령으로 손색없는 분"이라며 추 장관에 열광했다.

검찰 출신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최근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30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고 썼다. 추 장관이 지난 25일 민주당 초선 의원 포럼에서 "(윤 총장이) 내 지시 절반을 잘라 먹었다" "장관 지휘를 겸허히 받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적절한 지휘였다"는 옹호성 발언만 나오던 여권에서 처음으로 나온 쓴소리다.

조 의원은 "저는 여당 의원"이라며 "그러나 추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하다. 추 장관께서 거친 언사로 검찰 개혁과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의 당위성을 역설하면 할수록 논쟁의 중심이 추 장관 언행의 적절성에 집중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관님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원래의 의도나 소신과 별개로 거친 언행을 거듭하신다면 정부·여당은 물론 임명권자(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추 장관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야당에선 "인성이 문제"(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천박"(원희룡 제주지사), "애 다루듯 책상 쿵쿵 때리는 전형적 꼰대"(정의당 논평) 등의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27일 페이스북에 "장관의 언어 품격을 저격한다면 번지수가 틀렸다"며 "검찰과 언론이 처음에는 합세해 유시민 개인을 저격하다가 그들의 유착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검찰 업무를 지휘 감독하는 법무부 장관을 저격하고 있다. 언론의 심기가 그만큼 불편하다는 것이냐"고 썼다. 그러면서 "장관의 정치적 야망 탓으로 돌리거나 장관이 저급하다는 식의 물타기로 검·언 유착이라는 본질이 덮어질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도대체 추 장관은 왜 자꾸 오버액션을 할까요"라며 "친문세력에게 충성함으로써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의 꿈을 실현하는 데에 가 있기 때문인데 '노무현 탄핵의 주역'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우려면 그들에게 과잉충성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대통령이 정리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실제 친여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추 장관을 응원·엄호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윤석열의 문제를 알고 저들(검찰)의 썩은 제 식구 덮기를 알았다면 도려내는 게 맞는다"며 "추 장관의 뜻이 국민의 뜻이고 대통령님의 숙원"이라고 했다. 이 밖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해달라" "추다르크! 세게 밀고 가라" "추느님, 역시 이름값 하십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 추 장관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 1800여개도 대부분 칭찬 일색이었다. 반면 추 장관을 비판한 조응천 의원은 "통합당으로 가라" "조응천도 적폐다" "제2의 금태섭 아니냐" 등의 '악플' 세례를 받았다.

한편 법조계에선 "법무장관이 수사 중인 특정 사건을 사실상 여권의 '입맛'대로 규정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법무장관이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추 장관의 "검·언 유착이 문제"란 발언이 검찰이 MBC의 '검·언 유착' 의혹 보도의 진위를 가리는 수사를 진행하는 중에 나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