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원 1902명을 직접 고용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까지 추진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정규직 전환을 위한 공개 채용에서 떨어지더라도 다른 협력회사에 입사시켜주는 구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합의했었고, 정부 가이드라인까지 어겨가면서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아니었던 이들까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인천국제공항이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결과적으로 특별대우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공항만 직고용 위한 법 개정 추진

28일 본지가 입수한 '제3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 관련 후속조치'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는 보안검색원 1902명의 직접 고용을 위해 경비업법, 항공보안법, 인천국제공항공사법 등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항 업무의 특성상 검색요원들이 파업에 돌입하면 공항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모든 공항은 검색요원들을 직접 고용이 아닌 협력업체 소속으로 뽑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을 직접 규제하지 않은 채 도급 계약을 통해 사실상 이들의 파업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공항이 대통령의 방문 이후 100% 직고용 정규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법 개정까지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해당 보고서는 공사가 작성한 것으로, 공사는 이 보고서를 지난 4월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틀 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은 야당의 강력한 반발에다 '일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법 취지마저 훼손할 수 있는 개정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 등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다. 결국 공사 측은 최근 정규직화에 속도를 내면서 법 개정 없이도 보안검색원을 직고용할 수 있게 청원경찰로 바꾸는 방법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은 지난 1월 법 개정 추진 없이 보안검색원 1696명을 본사가 아닌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고용하면서 처리했다.

◇탈락자 구제 채용도 보장

공사는 또 2017년 12월 '1차 노사전문가 협의회'의 합의서에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정규직 채용 과정에서 탈락한 대상자를 다른 협력업체 등에 취업시켜주는 구제(救濟) 방안에 합의한다'는 취지로 합의 후 서명한 사실도 확인됐다. 인·적성 시험이나 간단한 면접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해주는데, 이 과정에서도 기준 미달로 탈락자가 나올 경우 협력사에 정규직으로 취직시켜준다는 의미다.

이런 합의 역시 다른 공공기관들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다른 공공기관들은 정규직 전환에 나서는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정도로만 우대해주고 있는데, 인천공항공사 측은 아예 100% 정규직화를 보장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공정한 채용을 저해하는 특혜이자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방문한 이후 '무조건 직고용 정규직화'란 답을 정해 놓고 추진하다 보니 현실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규정까지 등장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자격 요건도 오락가락해왔다. 당초는 입사 시점과 무관하게 보안검색요원 전원(관리직 제외)을 직고용 정규직화해주기로 하다가 2018년 공공기관 채용 비리 사건이 대규모로 터지자 대상을 문재인 대통령 방문일(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로 제한했다. 공사 내부에서 대통령 방문 이후 '100% 정규직화'를 기대하고 공사 임직원들의 친인척 등이 보안검색요원 협력사에 취업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