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장기화로 평양 시민들에게 3개월간 배급을 주지 못하고 일부 대도시에서도 아사자가 나오는 등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북한 내부에서 '제2 고난의 행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일부 주민은 "핵을 만들어 제재를 받아야 하나"라는 불만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對南) 도발에 나선 배경에는 '평양 엘리트 민심'까지 흔들릴 정도의 경제난으로 내부 동요가 커지자 상황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황해도에서 공급되던 수도미(평양시에 공급하는 식량) 재고가 떨어지고 올해 초 북·중 무역이 중단되면서 지난 4월부터 평양 시민들에게 3개월간 배급을 주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또 평양에서는 6월 초부터 코로나가 다시 확산하면서 시장이 폐쇄되고 주민들의 이동이 통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량 가격 폭등 조짐이 나타나자 북한 당국은 식량 가격을 올릴 경우 식량 몰수 같은 강력한 가격 통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의주행 트럭 16대, 뭐가 실려있나 -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 15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에서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던 북한과 중국 간 물류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단둥에서 북한 신의주로 가기 위해 화물 트럭 16대가 대기 중이었다는 것이다.

북·중 무역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식량 수입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무역 회사들에 식량 수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정권을 떠받치는 당·정·군 핵심 계층이 모여 사는 평양을 특별 관리해 왔다. '평양공화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소식통은 "평양에 배급마저 중단되자 주민들 속에서 '핵 때문에 제재를 받는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며 김정은의 정책에 대한 불신까지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지난 7일 노동당의 핵심 기구인 정치국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평양 시민 생활 보장을 위한 당면한 문제'를 논의한 것도 평양의 경제난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김정일은 고난의 행군 시기 평양 시민과 군대만 있으면 체제를 지킬 수 있다며 평양에 특별 공급을 했다"면서 "김정은은 평양 민심마저 잃을까 봐 애를 태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방의 형편은 평양보다 더욱 심각하다. 김정은이 지난달 1일 개막식에 참석한 순천인비료공장도 현재 가동이 안 되고 노동자들의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대북 소식통은 "평양은 물론 청진, 함흥을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 굶어 죽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4월 15일 완공을 목표로 했던 원산-갈마 해안 관광 건설도 외화 및 자재 부족으로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가 2017년 대폭 강화돼 2년여간 북한 경제가 위축됐는데 여기에 지난해 돼지열병에 이어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산하 피치솔루션스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대북 제재와 코로나 여파로 올해 -6%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에 기록한 -6.5% 이후 23년 만에 최악의 수치다. 한국무역협회와 중국 세관 등에 따르면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 규모는 제재 이전인 2016년 26억달러에서 제재가 본격화된 2019년 2억달러로 대폭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지난 1~5월 북한의 대중국 수출·수입 교역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경제활동에 필요한 필수 물자 수입이 중단되는 등 북한 경제가 마비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현재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르면 올해 안에 북한이 보유한 외화가 고갈돼 외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악의 경제난 때문에 북한 주민의 불만이 고난의 행군 시기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이번 대남 도발은 경제 악화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한편 중국과 남한에서 대규모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협박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