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민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역대 최대인 35조원 규모로 편성된 3차 추경안을 빨리 처리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석 달 전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경 예산조차 아직 다 집행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1차 추경에 반영된 193개 사업 중 실제 집행률이 절반 미만에 그친 것이 67%(130개)에 달했고, 편성 예산의 10%도 못 쓴 사업도 26개(13%)나 됐다. 문체부의 '스포츠 산업 활성화' 사업처럼 실집행률이 0.3%에 불과한데도 55억원을 3차 추경안에 또 추가 편성한 사례도 있었다. 쓸 수도 없는데 퍼부을 예산부터 밀어넣는 것이다. 황당하다.

3차 추경도 벌써 부실·결함투성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9조여원의 고용 안정 사업이 총 155만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는 지난달 실업자 128만명보다도 훨씬 많다. 실업자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합리적인가. 일자리 내용도 쓰레기 분리수거 요원, 데이터베이스 입력 요원 채용 등 용돈 벌기용 단기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다. 그동안 숱하게 해온 '가짜 일자리' 통계 분식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3차 추경에 5조원이 반영된 이른바 '한국판 뉴딜' 사업도 노후 기자재 교체 등 '뉴딜'이라고 하기 민망한 사업이 적지 않다. '뉴딜' '그린' '스마트' 등의 이름만 그럴듯하게 쓴다. 구체적인 사업 내용도 없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예비 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지정하면서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마구 예산에 반영시켰다. 이렇게 엉성하게 국민 세금을 쓰나. 오죽했으면 국회 예산정책처조차 문제가 많다고 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