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삐라 살포 등 북한군 총참모부가 예고했던 ‘대남 군사행동’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류한 배경을 놓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남 적개심 고취를 통한 주민 불만 해소, 대북 전단 살포 저지 등 단기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자신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남측의 대북 심리전 재개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당중앙군사위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노동신문

앞서 북한 군 총참모부는 지난 16일 대변인 발표를 통해 △금강산·개성공업지구 군대 전개 △비무장지대(DMZ)민경초소(GP) 군대 진출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 △대남 전단 살포 지원 등의 대남군사 행동을 예고했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류 결정을 내리며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했다"고 언급한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진단과 대안연구원' 원장은 "북한의 대남전단은 남남(南南) 갈등을 촉발하고 북한의 분풀이 및 내부 충성심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대북 전단만큼의 효과는 없다"며 "자칫 대남전단 살포 등 대남 군사행동이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우리 정부의 행동에 어려움을 조성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의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이 우리 측 '맞불 대응'의 명분을 만들어준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은 우리 쪽엔 별 효과가 없지만, 심리전에 취약한 북한군의 급소를 찌르는 효과가 있어 남북이 본격적인 심리전에 나설 경우 북한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남조선 길들이기' 차원에서 '단기 목적은 달성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애당초 지난 4일 김여정 담화로 시작된 이번 위기 국면은 극심한 경제난 등에 따른 주민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3주에 걸친 대남 파상공세로 그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보는 듯하다"고 했다.

최근 미국이 3년 만에 처음으로 3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서태평양에 배치하고 전략폭격기 B-52 편대가 동해까지 진출하는 등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급속 전개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대남군사도발이 확산될 경우 미국을 자극해 한미공조를 강화하고,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에 북한을 타격하는 결정을 내릴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도발을 보류하고 숙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김정은이 이례적으로 화상회의를 개최하면서 대면회의가 어려울 정도로 코로나가 확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또 북한 매체가 '핵전쟁 억제력'이 아닌 '전쟁 억제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도 지난 5월 당중앙군사위에서 보인 초강경 자세보다 한층 완화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