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환전소에서 환전상이 레바논 파운드화를 세고 있다.

중동 레바논의 화폐 파운드화 가치가 지난해 10월 이후 75% 이상 폭락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이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레바논 공식 환율은 미화 1달러당 1,507.5 파운드다. 하지만 이 공식 환율은 밀이나 의약품, 석유 등을 수입할 때만 가능한 환율이다. 암시장에서는 1달러당 6000 레바논파운드에 육박한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1달러당 5000파운드 정도의 환율이 유지됐다고 한다.

화폐 가치가 폭락한 것은 레바논 정부가 보유한 달러화가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레바논에서는 경제 위기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물가는 상승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국 화폐 대신 달러 등 기축통화를 보유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정부에서는 시장 환율을 1달러당 3850~3900 파운드 선으로 조정해 보려 하지만 오히려 주민들은 달러 환율 장사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아랍뉴스에 따르면 일부 시민들은 공식 환전소에서 3900파운드당 미화 1달러를 구매한 뒤, 암시장에 가서 6000파운드로 환전하고 있었다. 이중 가격제를 활용한 이익을 노리는 것이다. 현지 당국에서 1인당 환전 규모를 제한하자 일부 시민들은 가족이나 친척의 신분증까지 가져와 환전에 몰두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도 여의치 않다. 레바논 정부는 IMF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지원 협상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를 중재하던 레바논 정부의 재무 보좌관이 “레바논 정부는 (자금을 받기 위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개혁의 진실된 해결 의지가 없다”면서 최근 사임했다고 레바논 매체 더961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