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언덕배기'의 강원도 방언이 뭐죠?"

"춘천에서는 '언더빼기'라고 합니다", "고성에선 언드박", "양양은 꼬뎅이", "정선은 언들뱅이"….

같은 강원도인데도 방언은 제각각이다. 모두 '언덕 꼭대기'를 뜻하는 말. 지난달 16일 강원도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 세미나실에서 고수들의 말 잔치가 벌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글학회와 조선일보가 함께 만드는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편찬을 위해 강원도를 대표한 10명이 모인 자리다. 강릉 대표 김인기·최길시, 삼척 이경진, 양양 김성영, 춘천 유연선, 인제 이창균, 정선 최원희, 고성 남동환, 평창 신승엽·이동수. 각 지역 토박이로 꾸준히 지역 말을 연구·수집해온 실력자들이다.

언더빼기(춘천), 언드박(고성), 꼬뎅이(양양), 언들뱅이(정선)…. 모두 ‘언덕배기’를 뜻하는 강원 말이다. 경포대 바닷가 ㅁ자 조형물 앞에서 강원의 말모이 고수 10명이 각자 자기 지역말을 적어 들어 보였다.

'말모이 100년' 실무를 맡고 있는 김형주(상명대 교수) 사무국장이 "지난 4월 경남 지역 대표 모임에 이어 두 번째다. 영화 '말모이'에서 일제강점기 전국 대표들이 몰래 강당에 모여 각 지역 말들을 확인했듯이, 제가 전국을 돌며 지역별 대표 모임을 열어 철저한 현장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독자들이 올려주신 단어 중에 예문이 어색한 것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가새(가위)라는 단어를 봐주세요. '이 가새는 지낸번에 새루 산 거예요'라고 썼는데 '거예요'가 이상하죠?" "강원도에선 '거래요'가 맞는 거래요."(일동 웃음)

강릉 대표 김인기씨가 "무서운 꿈을 꾸었을 때 관용적 표현으로 '가위에 눌리다'고 하는데 강릉에선 '가새에 눌랬다'고 하지 않고 '가왜에 눌랬다'고 한다"고 말하자, 김 국장은 "아주 좋다. 우리 말모이 사전에는 단어에 얽힌 생생한 이야기를 많이 넣어주려고 하니 편하게 들려달라"고 했다.

영월에는 '든돌'이란 낱말이 있다. 몸의 단련을 위해 들었다 놓았다 하는, 돌이나 쇠로 만든 운동 기구를 뜻한다(표준어는 들돌이다). 말모이 홈페이지에는 "든돌을 들어야만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예문이 올라왔다. 원래 머슴들의 유희로 무거운 든돌을 들면 상머슴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꼴머슴(땔나무나 꼴을 베는 일을 하는 머슴) 신세를 면하기 어렵단다. 이후 일반 서민의 성년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삼척에선 '계가리'란 말을 쓴다. 주로 경제적인 도움을 주고받거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협동 조직을 뜻한다. '요즈믄 계가리 그랭기 마~이 웁써요'(요즘은 계 그런 게 많이 없어요)라는 예문이 올라왔다. '그저께'를 삼척에선 '먼제', 강릉·정선 등에선 '아래께'라고 하고, '그끄저께'를 삼척에선 '고먼제', 강릉에선 '그그제' 혹은 '그그지께'라고 한다.

'다황'(성냥)은 강원도 전역에서 쓰이는 방언. '다황이 젖어서 내꼰졌다(성냥이 젖어서 내버렸다)'는 예문이 올라왔다. 김인기씨는 "당황(唐黃)에서 유래한 말, 즉 '당에서 들어온 황'이란 뜻이고 '성냥'은 '석류황(石硫黃)'에서 유래한 말로 '돌처럼 딱딱하게 굳혀서 사용하는 유황'을 뜻한다"고 했다.

"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매미가 껍질을 벗는 걸 강원도에선 뭐라고 하죠?" 김 국장 질문에 삼척 대표 이경진씨가 바로 답했다. "매미몽상이라고 해요. 매미가 탈바꿈할 때 벗은 허물인데, 원래 '몽상(蒙喪)'이란 한자어가 부모상을 당하고 상복을 입는 걸 뜻하거든요. 거기서 유래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매미의 허물이 마치 상복과 비슷하게 보이니까요."

이날 김 국장은 대표들에게 임명장을 주며 "사전 작업이 끝날 때까지 함께해달라"고 부탁했다. 말모이 사무국은 앞으로도 제주·전남·경북 등을 돌며 지역 대표 모임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