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 대선에서 타네스 마아마우 대통령이 22일 재선에 성공했다. 2만6053표를 획득해 상대 후보를 8000여 표 차이로 따돌렸다. 인구 11만인 키리바시 대선은 미국과 중국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당선자 마아마우가 전통적인 친(親)대만 국가였던 키리바시를 급격하게 친중 국가로 만든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재임하고 있는 마아마우는 관광과 참치 어업에 집중해 경제를 일으키고자 했다. 항구를 만들고 공항에 여객기를 늘렸다. 그러다 여객기 구입 자금 6000만달러(약 725억원)를 대만에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당했고, 지난해 9월 중국에 접근해 수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포린폴리시는 키리바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수억달러를 무상 지원했다"고 했다.

대만과 단교 후 키리바시 시위대는 대만 깃발을 휘날리며 "우리는 대만을 사랑하고 중국을 미워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마아마우 진영은 올해 4월 총선에서 의석이 31석에서 22석으로 줄며 다수당 지위를 상실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대선에서 결국 마아마우를 찍었다.

중국은 환호했다. 중국 관찰자망은 "키리바시의 친대륙 지도자가 또다시 대만에 한 방 먹였다"고 했다. 중국이 단순히 대만 견제를 위해 키리바시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키리바시 국토 면적(810㎢)은 세계 185위로 인천보다 작지만, 배타적경제수역은 344만1810㎢로 세계 12위다. 인도 땅 면적보다도 더 넓은 키리바시 바다는 경제적 가치가 크다. 키리바시 해역에서 잡히는 참치의 양은 세계 참치 어획량의 15%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안보적 가치가 크다. 중국이 미국 하와이에 접근하는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키리바시의 크리스마스섬은 미 태평양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호놀룰루로부터 2100㎞ 떨어져 있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은 크리스마스섬에 건설 중인 항구가 중국군에 이용될까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그레그 폴링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영 가디언에 "키리바시 대선 결과는 대만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걱정하는 나라들에 큰 타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