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소속 보안검색원 1900명을 지난 22일 공사 소속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미 현장에선 정규직 전환 정책의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사흘 만인 2017년 5월 12일 첫 외부 행사로 인천공항을 찾아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시대를 열겠다"고 하면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문 정부 노동정책의 상징이 됐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결정으로 "3년에 걸친 정규직 전환 작업이 끝났다"고 했지만,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이 나온다. 보안검색원보다 앞서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소방대원들은 전환 과정에서 실직 공포를 호소하고 있고, 보안검색원 정규직 전환 방법을 두고 서로 다른 의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소방대 "절반 가까이 일자리 잃어"

인천공항에선 현재 소방대 약 210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위한 채용 과정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순탄치 않다. 문 대통령의 인천공항 방문일 이전 입사자 등 147명은 정규직 전환이 적절한지만 평가한다. 반면, 방문일 이후 입사자는 공개 채용을 통해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소방대 노조는 이런 식이면 현재 대원 중 최대 절반 가까이 탈락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전국에서 소방에 관심 있는 이들이 대거 지원할 텐데, 이러면 기존 직원 상당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단순 전환 대상도 20대를 대상으로 만든 체력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인천공항에 앞서 소방대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한국공항공사는 기존 소방대원의 40%쯤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 “힘들게 입사한 우리는 뭐가 되나” - 23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앞에서 정규직 노조원 500여명이 퇴근 후 모여 보안검색원 1900명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규탄 대회를 열고 있다. 노조는 “힘들게 입사한 회사가 단숨에 보안검색 회사가 되게 생겼다”며 “이참에 취업도 추첨하자”고 반발했다.

보안검색원 노조 "탈락자 구제해라"

이 문제는 인천공항 보안검색원 1900명 전환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미 노조별로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노·노(勞勞)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공사의 기존 정규직 노조원 500여명은 이날 집회를 열고 "본사 인원 1400명보다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직원으로 넣는다는 게 말이 되냐. 헌법소원을 내겠다"며 반발했다. 한 직원은 "코로나로 올해 32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1900명의 인건비를 공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이럴 거면 추첨으로 채용하라"고 했다. 반면 본사 정규직이 되게 된 보안검색원 노조는 "현재 방법으로 채용하면 대거 탈락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구제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 안팎에선 채용 때 기존 직원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탈락자를 다른 자회사로 보내는 방안 등이 나올 것으로 본다. 정규직 노조는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미 본사가 아닌 자회사 소속 정규직이 된 이들과 형평성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승객이 아닌 공항 직원을 검색하는 직원과 공항경비대 1700명은 자회사 전환에 동의해 채용 작업이 끝났다. 이들은 "같은 경비·검색 업무를 맡고 있는데 왜 우린 본사 청원경찰이 될 수 없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 직원 검색원은 "승객 검색은 정규직이고 직원 검색은 자회사라는 게 말이 되냐"며 "우리도 끝까지 버틸 걸 후회된다"고 했다.

다른 공공기관서도 부작용 속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부작용이 속출했다. 한국공항공사에선 정규직이 된 소방대원 일부가 낮은 연봉 등을 이유로 이미 퇴사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신규 채용이 진행 중이다. 본사 소속 정규직이지만 기존 공사 직원과는 직렬이 달라 처우가 다른 것이다.

정규직원이 1000명이었던 한국마사회도 작년 1월 비정규직인 발권원과 경마 안내원 5000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경마 경기가 열리는 금~일요일 주 2~3일만 출근하던 이들로, 학생이나 주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애초 아르바이트에 가까운 일자리였던 만큼 학업이나 취업을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