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용사들이 '꼬마 외교관'이라 부르는 소녀가 있다. 지난 4년간 6·25 참전 용사들을 세계에 알려온 캠벨 에이시아(Campbell Asia·13)양이다. 한국인 어머니와 캐나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캠벨양은 22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우리 국민(한국민)이 참전 용사들에게 '잊지 않고 감사하고 있다'는 마음을 꾸준히 전하면 이분들과 그 후손들이 두고두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24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6·25 참전 용사와 만난 캠벨 에이시아양.

한국 국적인 캠벨양이 참전 용사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다. 2016년 한 단체가 연 '참전 용사에게 감사 편지 쓰기·스피치 대회'에서 초등 부문 대상을 탄 게 계기였다. 이후 국내외 6·25 관련 기념행사를 찾아가 참전 용사 100여 명을 만났고, 그중 20여 명과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낸다고 했다.

캠벨양이 처음 만난 참전 용사는 미국인 찰스 위트워(Wittwer)씨다. 아홉 살 나던 2016년 6월 캠벨양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았다가 6·25 기념식 참가차 한국을 찾은 위트워씨를 봤다. 위트워씨는 6·25 참전 후 수십 년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영어를 잘하는 캠벨양은 위트워씨에게 다가가 이메일 주소를 물었고, 이후 수시로 편지와 그림을 보냈다. 추석·설날에 한복을 입고 절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편지도 보냈다는 캠벨양은 "위트워 할아버지 아들이 '아버지가 네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보신다. 불면증도 많이 좋아지셨다'며 고마워하셔서 뿌듯했다"고 했다.

캠벨양은 참전 용사 할아버지들의 '해결사' 역할도 했다. 그는 2018년 8월 네덜란드 한국전 참전용사회에서 네덜란드군과 함께 싸우다 숨진 한국군들의 이름을 찾아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캠벨양은 어머니와 함께 참전용사회 측이 보내온 강원도 횡성의 한 교회 사진을 단서 삼아 횡성군청과 주변 교회 수십 곳에 전화해 한국군 5명의 이름을 찾았다. 용산 전쟁기념관 측과 함께 5명의 이름을 추가로 찾았다. 최근엔 캐나다 참전용사 협회 대표 빈센트 코트니(Courtenay·86)씨가 "일부 참전 용사에게 한국 정부가 보낸 방역 마스크를 못 보내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캠벨양은 캐나다에 사는 할머니를 졸라 캐나다 각 지역 참전 용사 모임 연락처를 알아냈고, 이후 나머지 캐나다 참전 용사들도 마스크를 받을 수 있었다.

부산의 한 중학교 1학년인 캠벨양은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의 '6·25와 참전 용사를 알리는 서포터스' 공동 단장을 맡았다. 그는 "6·25 참전 용사들이 살아 계실 때까지 이분들을 알리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공동 기획 :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