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인도 동부 최대 도시 콜카타의 거리 한복판에는 커다란 중국 지도와 함께 '보이콧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 생산 제품 불매하자)'라고 쓰인 천이 깔려 있었다. 현지 시위 군중은 천 위로 중국산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 스마트폰을 마구 던지고 불을 질렀다. 시위자들은 불길 위로 중국의 인기 동영상 앱인 '틱톡'의 로고가 인쇄된 종이도 집어던졌다. 물리적 형태가 없는 중국산 스마트폰 앱도 불매하자는 것이다.

지난 19일(현지 시각) 인도 다람살라시에서 반중(反中) 시위대가 '보이콧 차이나(중국 불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난 뒤, 인도 전역에는 이 같은 반중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지인 카슈미르 라다크 지역 갈완계곡에서 일어난 무력 충돌로 양측 군인 수십명이 사망한 뒤, 인도 전역에는 이 같은 '반(反)중국' 시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시위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인쇄된 종이를 태우며 "중국 기업을 인도에서 쫓아내고, 제품을 불매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제품의 물량 공세에 밀려 13억 인도 시장에서 고전(苦戰) 중인 한국 기업이 시장을 되찾아올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에서 잘나가던 中, 급제동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는 인도에서 지난 17일(현지 시각) 예정돼 있던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신제품 '파인드(Find) X2' 출시 행사를 당일 급하게 취소했다. 이 제품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5위인 오포가 야심 차게 준비한 첫 5G 스마트폰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역풍을 고려한 오포가 미리 제작해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식으로 조용하게 제품을 출시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4위인 오포의 자회사 리얼미는 국적 세탁 전략을 취하고 나섰다. 마다브 세트 리얼미 인도법인 CEO(최고경영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나는 리얼미가 인도 스타트업이며,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얼미는 화웨이의 세컨드 브랜드(일류 브랜드보다 인지도가 낮지만 품질·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인 '아너', 샤오미의 세컨드 브랜드 '레드미'처럼 오포 휘하에 있는 중국 브랜드다.

인도 정부는 무력 충돌에 대한 보복 조치로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ZTE 등 중국 제품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미 인도 국영통신사에는 중국산 장비를 구매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에는 또 중국산 전자제품·의료 장비 등 160~200개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올리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틱톡·줌·위챗 등 중국산 스마트폰 앱 사용까지 법으로 금지하라는 요청이 들끓고 있다.

◇한국 반사이익 가능성은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이 이번 갈등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세계 2위 규모인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기업이 70% 이상 독식했다.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상위 5개 기업 중 2위인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4개 기업이 모두 중국 업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저가폰 신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인도의 스마트TV 시장 역시 중국 샤오미가 27%를 차지하며 2위인 LG전자(14%)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21일 인디아TV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비(非)중국 브랜드가 반중국 분위기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컨대 삼성전자나 애플, 핀란드 노키아, 대만 아수스 등이 시장 확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다.

물론 인도의 중국 제품 보이콧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지는 더 봐야 한다. 중국 수출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이지만 중국 기업은 지난해 인도에 19억750만달러(약 2조3100억원)를 투자했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22일 "중국 제품 보이콧이 중국 경제를 다치게 할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