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만(89) 전 육군정보처장(예비역 육군 준장)이 21일 별세했다. 고인은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제2묘역에 있는 '군 소위 김의 묘(묘비 번호 1659)' 옆에 안장될 것으로 보인다. 1950년 8월 27일 북한군과 싸우다 전사한 고(故) 김수영 소위의 묘 옆이다.

장군 출신인 황 전 처장이 위관급 장교 옆에 묻히게 된 사연은 이렇다. 고인은 1949년 육군사관학교에 생도 1기(나중에 육사 10기가 됨)로 입교했다.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했고, 1950년 8월 27일 수도사단 6연대 소속으로 경북 안강지구 도음산 384고지에서 북한군에 맞서 싸웠다. 이때 '김 소위'를 처음 만났다. 1연대 소속으로 고인에게 "도우러 왔다"고 밝힌 김 소위는 적의 총탄에 전사했다. 작전 때문에 현장을 급히 떠날 수밖에 없었던 고인은 김 소위 유해를 임시로 땅에 묻고서 전투가 끝나면 안장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인은 그로부터 14년 뒤 다시 고지를 찾아 김 소위 유해를 발굴했다. 김 소위는 그해 5월 29일 국립묘지에 안장됐지만, 그의 이름을 알 길이 없어 '육군 소위 김의 묘'라고 쓸 수밖에 없었다. 1975년 전역한 고인은 1985년에는 도음산에 김 소위를 기리는 전적비를 세웠다. 1990년에는 김 소위의 '육군보병학교 1기' 동기를 수소문한 끝에 그의 신원(1922년생 김수영)을 파악했다.

고인의 장남 황성돈씨는 본지 통화에서 "국립현충원과 '전우의 묘'에 공동으로 안장하는 방안 등을 긍정적으로 얘기하고 있어 아버님이 소원을 이루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유족으로는 아내 장군자씨, 아들 황성돈씨, 딸 황혜성·황혜원씨, 사위 양승원·신희호씨 등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7시. (031)787-1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