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나 공항 같은 공공장소에 인체에 해가 없는 단파장 자외선 조명을 켜두면 공기로 파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체에 무해(無害)한 자외선(UV) 조명으로 공기를 통해 퍼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공공장소나 대중교통처럼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실내조명으로 간단하게 방역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25분 안에 코로나 바이러스 99.9% 죽여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스펙트럼지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기존에 살균용으로 쓰는 자외선보다 파장이 짧은 자외선으로 인체에 해를 주지 않고 공기 중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자외선은 파장이 1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에서 400㎚ 사이로, 가시광선보다 짧고 X선보다는 긴 전자기파이다. 현재 병원체 살균에는 주로 파장이 254㎚인 자외선C(UVC)를 쓴다. UVC는 바이러스나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하고 유전자 기능을 차단한다.

연구진은 이번에 기존 살균용 자외선보다 파장이 짧은 222㎚ 자외선을 실험했다. 방에 이번 코로나와 같은 계열이자만 일반 감기를 유발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2종을 에어로졸(공기방울) 형태로 분무하고 자외선 조명을 켰다. 25분 안에 공기 중에 떠다니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99.9%가 죽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결과는 국제학술지의 심사를 받고 있다.

◇피부 통과 못 해 조명 켜도 인체에 해 없어

연구진이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실험한 것은 기존 살균용 자외선은 인체에 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살균용 자외선은 피부와 눈을 투과한다. 인체에 바로 쏘이면 정상세포마저 손상하고 암과 백내장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즉 이 자외선은 사람이 없을 때만 살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병원이나 항공기 살균에 자외선 조명을 장착한 로봇이 동원됐지만, 사람이 있을 때는 쓰지 못했다.

자외선 조명으로 항공기 좌석에 묻어 있을지 모르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살균하는 모습. 하지만 기존 살균용 자외선은 피부를 투과해 암을 유발할 수 있어 사람이 없을 때만 쓸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실험한 222㎚의 단파장 자외선은 살균력은 대등하지만 피부를 투과하지 못해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외선은 파장이 짧으면 에너지는 증가하지만, 이동거리도 그만큼 짧아진다. 브레너 교수는 “222㎚ 자외선은 기존 254㎚ 파장의 살균용 자외선보다 이동거리가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만큼 자외선이 살아있는 세포까지 도달하지 못해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역이나 공항, 쇼핑센터, 항공기, 기차 등에 늘 단파장 자외선 조명을 켜두면 공기로 유입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실시간 차단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브레너 교수 연구진은 222㎚ 파장의 자외선으로 공기 중에 있는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공공장소에 단파장의 자외선 조명을 켜 독감을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생쥐 실험에서 안전성 1차 확인

브레너 교수는 단파장 자외선의 안전성을 알아보는 동물실험도 하고 있다. 연구진은 “생쥐 96마리에 222㎚ 파장 자외선을 하루 8시간씩 일주일에 5일을 비추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실험 43주까지 자외선을 받은 생쥐는 일반 생쥐와 별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60주까지 실험을 계속할 계획이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진도 지난달 국제 학술지 ‘광피부병학, 광면역학 및 광의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222㎚ 단파장 자외선이 사람 피부에 해를 줄 수 있다고 밝힌 2015년 논문은 전등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한 장파장 자외선이 원인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