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37·사진)이 한국 작곡가 최초로 영국비평가협회가 수여하는 '젊은 작곡가상'의 주인공이 됐다. 봉준호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트로피를 휩쓸기 직전인 지난 1월, 작품상·감독상의 영예를 안긴 바로 그 협회가 주는 상이다.

영국비평가협회는 16일(현지 시각) 다섯 분야 젊은 음악가상 중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위해 '카프카의 꿈(2019)'이란 곡을 쓴 신씨를 작곡 부문 수상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평생 공로상'은 네덜란드의 명(名)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91)에게, '최고 오페라 제작단체상'은 런던 코벤트가든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 돌아갔다. 보르헤스의 시 '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카프카의 꿈'은 지난해 3월 런던 바비칸센터 초연 당시 "기쁨으로 가는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협회 측은 "신씨의 청각적 상상력과 매혹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시적 감수성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딴 신씨는 스물네 살이던 2007년 서울시향에서 작곡가 진은숙에게 일대일 강습을 받은 '진은숙 키즈'다. '카프카의 꿈'도 진은숙에게 헌정했다. 2년 뒤 스페인 국제 작곡 콩쿠르에서 우승, 2012년 헝가리 작곡가 페테르 외트뵈시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작품 '팝업'을 초연하면서 작곡 길에 들어섰다. 2016년 유서 깊은 영국 로열 필하모닉 소사이어티(RPS)가 뽑는 '올해의 작곡가'에 선정돼 정상급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일했다.

클래식이 바탕이지만 하드록과 관현악곡, 타령조가 섞인 바이올린 주법 등 '음악적 잡종' 특질이 두드러진다. 1세대 공업용 로봇을 설계한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신중현과 엽전들', 바그너, 헤비메탈, ECM 레이블 재즈 등을 잡식으로 빨아들이게 한 덕분이다.

신씨는 "다양한 음악을 유랑한 흔적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런던에서 활동 중인 그는 11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카프카의 꿈'을 아시아 초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