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과거 한국미래발전연구원(미래연)에서 차명 계좌를 운용하고 허위 국회 인턴 근무를 지시했다고 폭로한 이 연구원 회계 직원 출신 김하니(35·사진)씨가 17일 "'노무현 정신'을 좇는다는 진보 진영 인사들이 이제는 불법과 반칙에도 눈감는 사람들이 돼 버렸다"고 했다.

김씨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문제 제기를 했지만 허위 인턴 의혹으로 상처받고 분노하는 청년들에게 거대 여당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래연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인 2008년 친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단체다. 윤 의원이 미래연 기획실장으로 근무할 당시 회계 담당 직원으로 일한 김씨는 최근 "2011년 윤 의원 지시에 따라 미래연 법인통장이 아닌 (내 명의의) 별도 계좌를 만들었고, 백원우 의원실 인턴으로 허위 등록해 국회 사무처로부터 5개월 동안 545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대학생 시절 미래연에서 봉사 활동을 한 인연으로 미래연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윤 의원 지시로 국회 백 의원실 인턴으로 등록했지만 백 의원실에는 가본 적도 없다"며 "내가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1명의 국회 인턴을 꿈꾸던 청년은 자기 능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그런 의미에서 나도 윤 의원과 같은 공범"이라고 했다. 김씨는 윤 의원 등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악'으로 보고, 자신들이 저지른 부정은 '작은 실수'라고 치부하고 있다"며 "자신들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반성은 하지 않고 냉소적으로 비웃고 만다"고 했다.

김씨는 "어느 정부에서건 약자에 대해 더 혐오하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권력자에 대해선 한없이 따뜻한 측면이 있다"며 "권력자의 부정에 대해선 눈치 보지 않고 분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정치권에서 친노 세력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노무현'을 좇는 게 아니라 그의 이름과 명성만을 좇고 있다"며 "윤 의원이 직접 나와 모든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윤 의원 측은 "미래연 운영 외 다른 목적으로 돈을 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