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양성' 판정을 받았던 광주광역시 중학생과 고교생 2명이 사흘째인 14일 '최종 음성'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방역 당국과 해당 지자체는 지난 사흘 동안 이들을 확진자에 준해 접촉자 조사와 진단 검사에 나서면서 굳이 검사를 받을 필요 없던 약 1500명이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질병관리본부는 14일 오후 "지난 12일 '양성' 판정을 받은 광주광역시 의심 환자 2명과 충남 논산 의심 환자 1명은 진단 검사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인한 '가짜 양성'이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코로나 의심 환자의 검체를 건네받아 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민간수탁기관 A업체에서 검사 중에 오염이 발생해 결과가 뒤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음성이 나왔어야 했는데 양성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의심 환자 3명과 접촉한 광주 지역 1118명, 충남 논산 지역 361명이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았다.

지난 12일 방역 당국은 롯데월드 방문 서울 고3 학생이 '최종 음성'이라고 닷새 만에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검사 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음성에서 양성으로 뒤바뀌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검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검체를 분석하고 있는 국내 민간수탁검사기관 15곳을 모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3명과 접촉한 1500명 검사했는데, "코로나 아니었다"

광주의 두 학생은 발열 등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 지난 11일 광주 서광병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다음 날 오전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격리 입원 이후 각각 네 차례씩 치러진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다. 코로나 의심 증상도 없었다. 다만 광주광역시는 두 학생이 다닌 학교의 등교 수업을 중단하는 등 확진자에 준해 방역 대책을 실시했다. 이들과 접촉한 1118명도 모두 검사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확진 여부를 밝히지 않다가 오후 7시가 다 돼서야 '최종 음성'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해당 학교 두 곳은 15일부터 정상적으로 등교 개학을 하기로 했다.

같은 날 같은 기관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던 70대 충남 논산 백제병원 입원 환자도 이날 최종 음성이 나왔다. 논산시는 백제병원 등에서 이 환자와 접촉한 361명에 대한 진단 검사를 실시했고 전원 음성이 나왔다.

이 같은 해프닝은 앞서 서울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7일 서울 원묵고 고3 여학생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다. 이 학생이 지난 5일 방문했던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는 지난 7~8일 이틀 동안 문을 닫고 전체 시설에 5회 이상 방역 소독을 실시했다. 서울 중랑구에서는 원묵고 등 초·중·고교 14곳이 등교를 중지했다. 가족을 포함한 접촉자 771명도 검사를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검사 60% 이상 담당하는 수탁검사기관에서 오류 잇달아

방역 당국은 14일 양성에서 음성으로 번복된 광주와 논산 의심 환자 3명 사례는 검사를 진행한 민간수탁검사기관의 오류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14일 "해당 수탁검사기관 현장 조사 결과 이들의 객담(가래) 검체를 검사하기 위해 밑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해 음성이 양성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콧구멍(상기도)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나오는데 이 3명은 콧구멍에서는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던 것도 검사 오류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앞서 롯데월드에 다녀온 서울 고3 여학생도 한 수탁 기관에서만 양성 판정이 나왔고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과 서울의료원 등의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수탁검사기관은 일선 보건소와 병원에서 채취한 코로나 의심 환자의 검체를 건네받아 유전자 증폭 검사를 통해 양성·음성 판정을 전문적으로 해준다. 현재 전국 기관 15곳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하고 있는데, 하루 2만건이 넘는 국내 검사량의 60%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문제는 수탁검사기관에서만 지난 1주일 동안 판정 번복 사례 최소 4건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에 방역 당국은 모든 수탁검사기관을 대상으로 이번 주에 현장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 방역 관계자는 "수탁검사기관들은 2월부터 넉 달 이상 밤낮없이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피로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이에 따른 검사 오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에 인력 충원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방역 당국은 '광주 학생들은 양성'이라고 했다가 하루 만인 이날 입장을 번복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광주 학생 2명의 최초 검체를 받아 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검체는 이미 오염돼 있어 잘못된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양성인데 음성으로 판정받아 방역 당국 관리에서 벗어났던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면서 "방역 당국이 이번 기회에 국내 진단 키트와 코로나 검사 기관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