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별명이 많다. 특유의 리더십을 빗댄 ‘여의도 차르(황제)’가 대표적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김 위원장을 ‘계몽 절대 군주’라고 부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추호도 ~할 생각이 없다”는 화법을 즐겨쓴다. 그래서 ‘추호 노인’이라는 별명도 있다. 비대위 등에 참여할 때마다 전권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전권 할아버지’라는 별칭도 붙었다.

김 위원장 측근들은 보통 그를 ‘김 박사님’이라고 부른다. 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장, 비대위 대표 등을 역임했고, 노태우 정부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수석, 5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등 ‘감투’가 많은 김 위원장에게 가장 친숙한 호칭이 ‘김 박사님’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964년 독일 뮌스터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런 ‘김 박사님’을 최근 당의 젊은 당직자들은 ‘쿨할배’ ‘시크 노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팔순의 김 위원장은 30대 당직자들에게 할아버지뻘이다. 당직자들은 “워낙 꼬장꼬장한 이미지로 유명하셔서 모시기도 까다로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놀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쿨함’은 수행과 의전 때 나타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좌석 배치나 사전 자료 준비 같은 겉치레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다고 한다. 통합당 관계자는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미리 좌석 배치 등 의전 세부 사항을 보고하고, ‘말씀 자료’뿐 아니라 ‘배경 자료’까지 세세히 준비하던 것이 관례”라며 “그런데 김 위원장은 그런 데 전혀 구애받지 않고, 사전 원고 한 장 없이 모든 행사에 참석한다”고 했다. 그러고도 현재 정치 현안은 물론 코로나 사태, 4차 산업 혁명 등 최신 이슈에 대해 30분 넘게 연설하고 토론한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김 위원장은 제1야당 대표로 각종 행사 참석이 잦다. 그럴 때마다 당직자들은 김 위원장의 동선과 이동 시간 등을 면밀하게 계산한다. 하지만 앞선 일정이 지연되거나 교통 체증 등으로 다음 행사 참석 시간이 아슬아슬할 때도 있다. 이럴 때 “위원장님, 지금 차가 좀 막히고 있습니다”라고 하면 “괜찮아, 신경쓰지 마”라는 식이다. 황교안 전 대표 등 전임자들은 사전 원고나 ‘말씀 자료’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짜증을 내는 일도 잦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번달 초 공식 당무를 개시한 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고 당 관계자들은 말한다. ‘역대급으로 모시기 쉬운 당대표’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이경전 경희대 교수의 여의도연구원장 내정을 철회할 때도 주변에 전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관계자는 “취임 후 첫 ‘인사 실패’라는 당 안팎 비난이 있어 조마조마했는데 정말이지 하나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0대 때부터 조부이자 초대 대법원장이었던 가인 김병로 선생에게 정치를 배웠다. 한 당직자는 “확실히 70년 가까운 내공이 느껴진다”고 했다.

통합당 송언석 비서실장은 본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경륜과 통찰력을 더 언급하는 것은 동어반복 아니겠느냐”며 “김 위원장은 당 안팎을 아울러 정권 교체 기반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