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코로나 사태를 둘러싸고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진원으로 중국을 지목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EU가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주체로 중국을 직접 겨냥한 것은 처음이다.

10일(현지 시각) EU 집행위원회는 코로나 사태를 둘러싼 허위 정보 대응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중국과 러시아가 EU는 물론 전 세계에서 보건 문제와 관련한 거짓말, 가짜 주장, 음모론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적으로 유포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가 위험한 가짜 콘텐츠를 즉각 삭제하는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 진앙인 중국 우한시 야시장의 10일 모습. 중국은 최근 990만 우한 시민 전체에 대한 코로나 검사 결과 무증상 감염자가 300명이라고 밝혔다.

EU가 가짜 뉴스 유포를 이유로 중국을 지목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가짜 뉴스 진원지와 관련해 러시아를 주로 지목해온 EU가 중국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표현이 동원됐다"고 했다.

EU는 지난 4월 '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를 발행하려다 중국의 거센 항의를 받고 중국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발간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EU가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직설적으로 비판을 가했다. 이 때문에 최근 미·중 간 대립에서 EU가 미국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바로 반박했다. EU 주재 중국 외교단은 11일 "중국이야말로 가짜 뉴스의 피해자"라며 "EU가 반(反)중국, 반과학적인 가짜 뉴스를 조작하는 쪽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미국이 가짜 뉴스를 만든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EU는 중국과의 갈등이 커지는 것은 원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호셉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허위 정보 대응 보고서를 낸 10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해 '유럽은 중국과 어떤 종류의 냉전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