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북한 김여정이 남한을 향해 ‘이놈’ ‘저놈’이란 막말을 섞어 가며 “대북전단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협박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무시하는 위헌적 요구다.

김여정은 왕이나 다름없는 할아버지 아버지 오빠의 통치밖에 본 게 없다. 단 한 번도 국민이 반대의견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남쪽 정부도 자기들처럼 하라는 거다. 김여정은 탈북자를 비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 금지?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 있어

“똥개들이 기어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는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다.”

똥개는 탈북 주민이고 주인은 대한민국 정부란 얘기다. 김여정의 머릿속에 국민은 주인의 종속물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우리 정부와 여당이 김여정의 지시를 받들겠다는 듯이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한 여당 의원은 "평화통일을 위해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입을 막는 체제가 통일이라면 그런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든다. 대한민국 국민은 왕국의 신민이 될 생각이 추호도 없다.

미래통합당 서정숙(왼쪽부터), 조태용, 신원식, 지성호 의원이 지난 5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정부의 '대북전단 금지법' 추진 등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두 번째 걱정거리는 역사 왜곡 금지법 추진이다. 물론, 역사 왜곡은 당연히 해선 안 된다. 역사뿐만이 아니라 그 무엇도 왜곡해선 안 된다. 그런데 무엇이 옳은 역사이고 무엇이 왜곡인가. 왜곡인지 아닌지는 누가 정하는가.

미국에서 흑인이 경찰에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으로 전 세계가 시끄럽다. 영국 런던에서도 요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런던 하원 광장에 윈스턴 처칠 동상이 있다. 그런데 시위대가 동상에 새겨진 처칠 이름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그 아래 ‘인종주의자’라는 글을 썼다. 이 시위대의 행동은 역사 왜곡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일부 학자들은 처칠이 식민지 시절, 인도인을 증오해서 인도의 쌀을 수탈했고, 그래서 인도인 300만명이 아사했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이 맞는지, 그게 인종주의에 근거했는지는 역사학자들이 연구할 문제다. 법으로 왜곡이다 아니다 정할 일이 아니다.

◇역사 왜곡 판단은 법 아닌 학문의 영역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한다. 역사는 고정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현재 권력을 쥔 자들이 자기가 하는 역사 해석 외에는 전부 왜곡이다, 이렇게 주장해도 되는가. 이는 폭력일 뿐이다. 그런데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왜곡이고, 심지어 처벌한다고 한다. 양향자 의원이 낸 역사 왜곡 금지법안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폄훼하거나 피해자와 유가족을 이유없이 모욕하는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국민은 이견이 있어도 입 다물어야 한다. 말 한마디 했다가 7년 징역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 침해이고, 헌법 부정이다.

마지막 사례는 민주당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민주당의 징계처분이다. 금 전 의원이 의원 시절 공수처 표결을 기권하자 민주당에서 경고 처분을 했다. 국회법 114조에 이런 규정이 있다.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민주당과 뜻이 다르다면 민주당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UC버클리 심리학과에 샬런 네메스 교수는 저서 ‘반대의 놀라운 힘’에서 집단의사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표현의 자유, 반대할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대의 놀라운 힘

"반대의 가치는 반대자의 용기 있는 행동이나 반대 입장의 타당성에 있지 않다. 우리는 반대 의견의 가치를 쉽게 깨닫지 못한다.(…) 나는 반대 의견이 우리를 설득하지 못해도, 심지어 반대 의견이 틀렸을 경우마저도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킨다는 것이 바로 그 가치다."(140~141쪽)

일방적인 의사결정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많은 조직이 내부에 쓴소리 하는 사람을 둔다.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다. 그러나 저자는 악마의 변호인은 악마의 변호인은 진짜 반대자가 아니라 반대하는 척 ‘역할 연기’를 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며 “조직에는 늘 진심으로 반대하는 의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표현의 자유 보장하는 나라가 번영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3년 뒤, 한반도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두 체제가 들어섰다. 처음엔 일사불란한 북한이 우리를 압도했다. 반면 해방정국에서 대한민국은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수십 배 잘 사는 나라가 됐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쓴 대런 애쓰모글루는 그 이유가 제도 탓이라고 분석했다. 자유 토론을 통해 최선을 찾는 구조인 남한과, 최고 통치자가 뭐든 마음대로 정하며 잘 되든 잘못되든 정해준 길로만 가는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남한이 승리했다는 거다.

어이없게도 대한민국 집권당이 반대할 자유를 억압하는 나라, 국민의 입을 막는 나라, 양심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순국선열이 목숨 바쳐 지켜온 자유민주주의가 부정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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