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여야(與野)가 부동산 관련 법안을 쏟아내며 입법 대전(大戰)을 벌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와 임대료를 5% 이상 못 올리도록 하는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을 내놨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 여당은 지난 20대 국회 때도 전·월세 신고제를 비롯해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이른바 '임대차 3법' 추진을 위한 법 개정을 시도했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임대차 3법 개정 속도 내는 與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세입자(임차인)에게 특별한 잘못이 없는 한 무기한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주택 임대차 계약 기간은 2년인데 앞으로는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중대한 사유가 없는 한 집주인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박 의원은 세입자가 석 달치 월세를 밀리거나,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차한 경우, 집주인 동의 없이 다시 집을 다른 사람에게 세를 준 경우 등엔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앞서 5일 윤후덕 의원도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세입자에게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2년+2년)을 행사할 수 있게 하고, 임대료 증액 상한을 5%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지난해 법무부와 국토교통부, 민주당 간 당정 협의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내용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주택 매매 거래에만 적용하던 실거래가 신고를 전·월세 계약에도 의무화하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월세 신고제는 임대사업자 외에 일반 임대인의 전·월세 거래도 주택 매매처럼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가 관할 시·군·구청에 보증금과 임차료 등의 계약 내용을 신고하도록 하는 제도다. 위반 시 과태료 100만~500만원이 부과된다. 지난 20대 국회 때 안호영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이달 중 이 법안을 다시 발의할 예정이다.

전·월세 신고제가 도입되면, 세입자는 신고와 동시에 확정일자가 부여돼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고, 정부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있던 전·월세 시장 정보를 확보해 과세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그동안 신고 의무가 없었던 집주인은 전·월세 임대소득이 드러나게 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해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로 임대차 계약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난다고 예고됐던 1989년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24%에 달했고, 도입 첫해인 1990년엔 16%를 기록했다.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주택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서울 주택 공급이 올해보다 절반가량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정보 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4만7157가구에서 내년 2만5021가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만큼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전세 공급이 대폭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부세·상한제 무력화 나선 野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무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추고, 과도한 주택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 3일 종부세 납부 공시가격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엔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장기 실소유자를 위해 고령자 공제율과 장기 보유자 공제율을 현재보다 10%포인트 정도씩 높이는 내용도 포함했다.

배 의원은 "2016년 이후 정부 정책으로 부동산 공시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해 9억원 이상 주택 비율이 2배 이상 늘었다"며 "투기 목적이 없는 실소유자들의 세금 부담까지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서울은 지난 3년간 집값이 크게 뛰면서, 서울 공동주택 250만가구 중 28만가구(11%)가 공시가 9억원을 넘었다.

태영호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1가구 1주택자는 아예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태 의원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은 이를 처분하지 않는 이상 미실현 이익에 불과하다"며 "실거주 주택을 종부세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당도 총선 전후로 정세균 총리와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원장 등이 1가구 1주택의 종부세와 관련해 "부분적인 완화는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기조가 확고한 만큼 여당도 결국 정부 입장을 따라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야당은 다음 달 말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기 위한 입법 활동에 나섰다. 이헌승 의원은 최근 민간택지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오히려 서민 주거 안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