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한국은 수십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미·중 가운데)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고 했다. 이는 이수혁 주미대사가 "이제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한 것을 우회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국무부가 언급한 '수십년 전 한국의 선택'은 1953년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 즉 한·미 동맹을 가리킨다. 미국은 '중국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들리는 한국 대사 발언에 '동맹'을 상기시킨 것이다.

한국은 주권국가로서 국익에 따라 선택을 할 수 있다. 경제 규모 세계 12위의 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선진국 클럽인 G7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도 달라진 위상을 반영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지우려고 한 전쟁에서 한국을 지켜낸 동맹국과 그 반대편에 섰던 나라를 같은 반열에 놓고 저울질할 수 있는 것인가. 이는 단순한 말실수인가, 아니면 이 정권 사람들의 속내를 반영한 것인가.

80년대 반미(反美) 운동권이 주축인 이 정권 들어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을 깎아내리고 흔드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왔다. 한·미 동맹이 언제부턴가 남북 관계 개선 발목을 잡는 걸림돌 취급을 받는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함께해 온 미국이 아니라 일당독재 중국과 '운명공동체'가 되겠다고 했다. 그러니 '미·중 사이서 선택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 것 아닌가.

한·미 동맹이 만고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하지만 한·미 동맹이 없었으면 오늘날 대한민국도 없다. 한·미 동맹은 안보의 척추였으며 경제적 번영을 지켜주는 방파제였다. 한·미 동맹은 현재도 안보 최후의 보루이며 대체 불가의 선택지다.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요구 등에는 당당한 목소리를 내야겠지만, 미국 외 다른 선택을 고민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은 미국, 중국 중 어느 나라와 함께하려고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