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안함 폭침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관련 유족과 생존자를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 명단에서 제외했다가 뒤늦게 포함했다. 보훈처는 언론 보도로 논란이 일자 "코로나 사태로 참석자를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수할 게 따로 있다. 현충일은 나라를 지키다 숨진 장병과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날이다. 북한의 기습에 희생된 천안함·연평도 용사 관련자 55명은 제일 먼저 참석자로 꼽아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이들을 초청 명단에서 빼놓고 실수라고 한다. 실수로 5·18 행사에 5·18 유가족을 안 부르고 실수로 세월호 추모식에 세월호 유족을 빠트릴 수도 있나.

현충일 행사 당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천안함·연평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코로나 희생자 가족들은 대통령과 같은 줄에 앉은 반면 천안함·연평도 유가족들은 한참 뒤쪽으로 밀렸다. 마지못해 끼워넣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모든 희생과 헌신에 국가는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이날 추념사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 정권 들어 천안함·연평도 홀대·푸대접은 한두 번이 아니다.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문 대통령은 계속 불참하다 총선을 앞둔 올해에만 참석했다. 천안함·연평도 유족을 청와대에 불러놓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손을 맞잡은 사진을 담은 책자를 나눠줬다. 한 유가족은 "충격을 받아 급체했다"고 했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 주범 중 한 명인 김영철을 국빈 대우 했고, 고교 한국사 교과서 대부분은 천안함 폭침을 언급조차 않거나 '천안함 사건' 등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국방장관은 천안함 등 북 도발을 "불미스러운 충돌"이라고도 했고, 통일부 장관은 "우발적 사건"이라고 했다.

정권이 북에 길들여지고 북 눈치를 보다 보니 북한과 맞서 싸운 사람들은 불편하고 성가신 존재 취급을 받는다. 현충일 행사에 천안함·연평도 유족이 빠진 게 그냥 나온 일이 아니다. 100년 전 일제시대, 40년 전 군사독재 때 행적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겠다는 사람들이 10년 전 천안함·연평도는 없었던 일처럼 외면하고 있다.